북미회담, 싱가포르? 몽골?… ‘판문점’ 카드 소멸됐나

입력 2018-04-30 10:1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7일(현지시간) 북미정상회담 개최 장소와 관련해 ”두 개 나라로까지 줄였다”고 말했다. 당초 5곳을 후보지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던 데서 진전된 상황을 전한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2곳’을 놓고 싱가포르와 몽골 또는 싱가포르와 제네바 등으로 추정하는 국내외 언론 보도가 이어졌다.

그런데 29일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됐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전날 밤 통화 내용을 전하면서 “두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 장소와 관련해 2~3곳으로 후보지를 압축하며 각 장소의 장단점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했던 후보지 ‘2곳’이 아니라 ‘2~3곳’을 놓고 두 정상이 어디가 좋을지 상의했다는 것이다.

후보지가 ‘3곳’일 수도 있음을 시사한 청와대의 발표는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언급했던 ‘남·북·미 정상회담’을 떠올리게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청와대에서 회의를 주재하며 “북미정상회담은 개최 장소에 따라 더욱 극적인 모습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판문점에서 북미정상회담이 열려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 서울의 문 대통령이 곧바로 판문점에 합류해 남·북·미 정상회담을 한다는 구상으로 해석됐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에서 후보지 ‘2~3곳’이 거론되면서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3의 장소를 제안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에 ‘판문점 북미정상회담’을 추천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성공적으로 치러진 남북정상회담의 모멘텀을 이어가자는 취지로 ‘설득’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 두 정상의 통화에선 ‘남·북·미 3자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한 논의도 이뤄졌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 ‘남·북·미 정상회담’ 얘기가 오간 것은 처음이다. 북한이 적극적으로 비핵화 의지를 표명한 데 따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북미정상회담 개최지 후보군에서 미국 지역과 북한 지역은 제외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판문점 북미회담’ 가능성을 담아 “판문점도 북한 지역의 범주에 속하느냐”고 묻자 그는 “그렇다”고 답했다. 판문점 북미회담이 성사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는 취지의 답변이었다.

남북 정상회담 이후 북·미 정상회담의 시기가 앞당겨지고, 회담에 대한 낙관론도 조심스레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미시간주 워싱턴에서 열린 집회에서 “북·미 회담이 앞으로 3~4주 안에 열릴 것”이라며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매우 중요한 회담”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고대로면 북·미 회담은 5월 14~25일 사이에 열리게 된다. 그는 당초 ‘5월까지’ 김 위원장을 만날 것이라고 했다가 최근에는 ‘6월초 이전’에 회담이 열릴 것이라며 시기가 다소 늦어질 가능성을 내비쳐 왔다. 그랬던 그가 북·미 회담 개최 시기를 다시 앞당긴 것은 남북 회담의 성공에 고무된 결과로 보인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벨기에 브뤼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본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가 진지하다고 믿는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기자들에게 “1950년 이후 북한과의 관계에서 요즘보다 낙관적인 때가 없었다”며 “내가 미래를 내다보는 구슬은 없지만 지금으로서는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종전선언이 주한미군의 감축을 의미하느냐’는 질문에 “그 문제는 미국이 북한은 물론 미국의 동맹국들과도 협상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대답했다.

북·미 회담에 대한 기대가 커지자 남북 회담의 성공과 한반도 긴장완화에 기여한 트럼프 대통령의 공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미 언론에서도 나오고 있다.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을 통해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의 돌이킬 수 없는 폐기를 끌어내고, 한국전쟁의 종식을 공식선언한다면 2차대전 이후 가장 큰 외교적 업적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