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집단강간 무죄선고에 분노한 여성들 거리로…

입력 2018-04-30 06:54
AP뉴시스

스페인에서 한 소녀를 집단 성폭행한 남성들에게 법원이 ‘솜방망이 판결’을 내려 주요 도시에서 시민들이 항의 시위를 벌이며 법 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영국 BBC 등은 28일(현지시간) 스페인 팜플로나 지역에서 10대 여성을 집단 성폭행한 20대 남성 5명에게 성폭행 혐의가 인정되지 않아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고 보도했다.

2016년 7월 팜플로나 지역에서 열린 ‘산 페르민 축제’(소몰이 축제)에서 27∼29세 남성 5명이 18세 여성을 집단 성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남성들은 피해 여성과의 성관계 장면을 촬영하고 모바일 메신저 왓츠앱에 이를 ‘자축’하는 메시지까지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당초 남성들에게 징역 22년을 구형했지만 남성들은 “여성이 성행위에 동의했다”고 주장하며 형량을 낮춰달라고 요구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집단 성폭행 혐의는 인정하지 않고 형량이 낮은 성적 학대 혐의를 적용, 각각 징역 9년형을 선고했다. “범행 당시 피해자가 강하게 저항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26일 법원의 판결이 나온 이후 팜플로나를 비롯해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발렌시아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선 수만명의 시민들이 매일 거리로 몰려나와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위대는 “이것은 ‘성적 학대’가 아니라 ‘강간’이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정부에 관련 법 개정을 촉구했다. 이날 팜플로나에서만 3만5000명의 시민이 시위에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사진). 판사들의 자격 박탈을 요구하는 온라인 탄원서에는 120만명 이상이 서명했다. 시위에 참여한 한 여성은 “가부장적인 정의가 우리를 보호하지 못하고 오히려 우리에게 책임을 묻는다”고 비난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