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보다 30분 빨랐던 김여정의 손목시계… 판문점 ‘시간 소동’

입력 2018-04-29 14:53 수정 2018-04-29 14:53
27일 오전 10시 15분에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시작된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시계는 북한 표준시에, 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시계는 한국 표준시에 맞춰져 있다. 평양이 서울보다 30분 느리다. 사진 왼쪽이 김 위원장. 판문점=이병주 기자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27일 판문점에는 ‘두 개의 시간’이 공존했다. 하나는 서울 표준시, 다른 하나는 평양 표준시였다. 청와대는 양국의 시차를 고려해 회담장이 있는 평화의집에 두 표준시에 맞춰진 시계 2개를 각각 준비했다. 두 대통령의 첫 만남 오전 9시30분, 첫 회담 오전 10시30분 등 주요 시각이 30분에 시작된 것 역시 평양 표준시를 고려한 청와대의 배려라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날 평화의집에서 양국의 시차를 극명하게 보여 준 물건이 있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손목시계’였다. 남매는 검은색 가죽시계와 은색 금속시계를 차고 나타났다. 그런데 같은 공간에 있는 두 시계의 바늘이 서로 다른 곳을 가리키고 있었다. 김 제1부부장 시계가 30분 빨랐다.

김 위원장 시계는 평양 표준시에, 김 제1부부장 시계는 서울 표준시에 맞춰져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서울과 평양은 30분 시차가 있다. 한국은 협정세계시(UTC)보다 9시간 빠른 동경 135도가 기준(UTC+09:00)이지만 북한은 동경 127도 30분(UTC+08:30)을 기준으로 한다. 광복 70주년이었던 2015년 8월 북한은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우리나라 표준시를 빼앗았다”며 동경시보다 30분을 늦췄다.

이날 ‘시간 소동’은 취재진 사이에서도 벌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벤츠 차량을 타고 청와대를 나선 오전 8시, 판문점은 남북 정상을 기다리는 취재진으로 분주했다. 오전 9시가 조금 넘은 시간 평화의집에서 대기하고 있던 한 근접 취재기자가 “8시32분 문 대통령 도착”이라고 알렸다. 그러자 다른 기자가 외쳤다. “무슨 소리야. 지금 9시2분인데요!”

김 위원장이 내려오기로 예정된 군사분계선(MDL)까지 점검을 나갔던 한 기자의 휴대폰이 북측 시간으로 자동 세팅된 거였다. 어떤 기자 휴대폰에는 ‘로밍 지역이 아니다’라는 문구가 떴다고 한다. 같은 곳에 있는 기자 두 명의 휴대폰이 각각 한국 시각과 북한 시각으로 다르게 표현되기도 했다.

청와대는 29일 남과 북이 표준시를 ‘통일’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평양 표준시를 서울 표준시에 맞추기로 한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평화의집에 시계 2개가 걸려있는 것을 보고 “가슴이 아프다. 시간부터 통일하자”고 말하며 먼저 제안했다고 한다. 남과 북은 다른 시간을 산 지 2년 8개월여 만에 같은 시간을 공유하게 됐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