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가 핵을 가지고 어렵게 살겠습니까.”
“미국도 우리와 대화해보면 핵을 쏠 사람이 아님을 알게 될 겁니다.”
“한민족이 다시 피 흘리는 일은 없어야지요. 결코 무력 사용은 없을 것임을 확언합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렇게 말했다. 100분간 진행된 오전회담에서였다. 그는 ‘핵’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풍계리 핵시설이 건재하다면서 5월 중 이를 폐기할 때 한·미 전문가와 언론인을 초청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핵무기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여과 없이 털어놨다고 청와대가 29일 밝혔다.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이 우리에게 체질적 거부감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와 대화해보면 남이나 태평양, 미국을 겨냥해 핵을 쏠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태평양 등을 향해 미사일 시험을 했던 상황을 언급하며 실제 핵을 실어 공격할 의도가 있었던 게 아님을 강조한 것이다.
이어 “앞으로 자주 만나 미국과 신뢰가 쌓이고 종전과 불가침을 약속하면 왜 우리가 핵을 가지고 어렵게 살겠느냐”고 말했다. 이는 북·미 사이에 체제 안전 등이 보장되면 핵을 갖고 있을 이유가 없다고 지난달 대북 특사단에게 했던 말과 같은 맥락에 있다. 김 위원장은 핵을 갖고 있는 상황을 “어렵게 사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군사적 대결보다 평화와 교류를 통하는 방법이 더 쉽고 편안한 길이라는 뜻이었다.
김 위원장은 또 “조선전쟁의 아픈 역사는 되풀이하지 않겠다. 한민족의 한 강토에서 다시는 피 흘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 결코 무력 사용은 없을 것임을 확언한다”고 말했다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그러면서 “우발적 군사충돌과 확전 위험이 문제인데 이를 제도적으로 관리하고 방지하는 실효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고 했다.
◆ 5월 중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대외 공개
북한이 폐쇄 결정을 내린 함북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은 5월 중 한국과 미국의 전문가 및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폐쇄된다. 윤영찬 수석은 “김정은 위원장이 북부 핵실험장 폐쇄를 5월 중 실행하고 이를 국제사회에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해 한·미 전문가·언론인을 조만간 북한으로 초청하겠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북부 핵실험장이라고 했지만 우리는 풍계리로 해석하고 있다”고 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풍계리 핵실험장이 수차례 실험으로 노후화됐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문재인 대통령에게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일부에서 못 쓰게 된 걸 폐쇄한다고 하는데 와서 보면 알겠지만 기존 실험시설보다 더 큰 2개가 있고 이는 아주 건재하다”고 말했다. 윤 수석은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이 같은 핵실험장 폐쇄 공개방침에 즉시 환영했으며 양 정상은 한·미 전문가와 언론인 초청 시점 등에 대해서는 북측이 준비 되는대로 일정을 잡기로 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지난 2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3차 전원회의에서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고 핵 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중지를 발표하자, 일각에서는 이미 수명이 다한 핵실험장을 폐기하는 ‘쇼’를 벌이는 것 아니냐고 의심해왔다.
하지만 풍계리 핵실험장 일부 갱도는 여전히 핵실험이 가능해 유의미한 폐기라는 반론도 제기돼왔다. 우리 군당국도 2~6차 핵실험을 통해 사용 불능상태에 이른 2번 갱도와는 달리 한번도 핵실험을 하지 않은 3번 갱도에서는 언제든 핵실험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4번 갱도 역시 보완을 거치면 핵실험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전체를 폐쇄하는데 일부에서 이미 다 못쓰게 된 시설 아니냐는 문제제기가 있었기 때문에 그에 대해 그렇지 않고 건재한 게 2개 더 있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에 대한 우려를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렇다. 북한은 대외적으로 한국 언론이나 외국 언론에 나오는 얘기와 동향들을 굉장히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 수석은 “김 위원장의 핵실험장 폐쇄 및 대외공개 방침 천명은 향후 논의될 북핵 검증과정에서 선제적이고도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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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