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장미, 더 피어날 시간 있어” 패배 속에도 빛난 데릭 로즈

입력 2018-04-29 10:50 수정 2018-04-29 11:47
미국프로농구(NBA) 최연소 최우수선수(MVP) 출신인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의 데릭 로즈가 지난 22일(한국시간) 휴스턴 로키츠와의 플레이오프 1라운드 3차전 경기에서 3점슛을 성공시킨 뒤 조용히 손가락 3개를 펼쳐 보이고 있다. AP뉴시스

“그는 훌륭한 ‘라커룸 선수’는 될 수 있을 것이다.”

미국프로농구(NBA)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찰스 바클리는 지난달 초 방송에 출연해 데릭 로즈를 두고 차갑게 말했었다.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즈를 나와 유타 재즈로 옮겨지는 등 자리를 잡지 못하던 로즈가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에서 겨우 새 둥지를 튼다는 소식이 들릴 때였다. 바클리는 “나는 데릭 로즈를 좋아하지만, 그는 끝났다”고 말했다. 함께 패널로 출연한 샤킬 오닐도 “불행하지만 로즈는 예전의 로즈가 아니다. 그는 커리어 끝에 와 있다”고 했다.

계속된 무릎과 발목 부상은 한때 NBA 최고의 선수였던 로즈를 잊히게 만들었다. 로즈가 “남들의 평가는 신경쓰지 않겠다”고 인터뷰한 것도 여러 차례였는데, 이런 인터뷰마저도 팬들로부터 냉소적인 시선을 받았다. 말로 주장하지 말고 코트에서 보이라는 것이었다. 미네소타가 14년 만에 NBA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지만 로즈의 활약을 예상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이윽고 맞이한 플레이오프 1라운드 무대에서, 로즈는 라커룸이나 벤치가 아닌 코트 위에서 자신의 역할을 증명해 냈다. 로즈는 휴스턴 로키츠와 뛴 플레이오프 1라운드 5경기에서 평균 14.2득점을 기록했다. 플레이오프 야투율은 50.9%였다. 3점슛 성공률이 개인 통산 30%에 미치지 못하는 로즈지만,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는 10개의 3점슛을 던져 7개를 성공시켰다.

3차전과 4차전에서는 각각 17득점이었다. 미네소타가 유일하게 승리한 3차전에서는 9분 만에 10득점을 했고, 4쿼터 12분을 모두 출장했다. 4차전에서는 수비 코트에서부터 홀로 공을 몰고 질주해 망설이지 않고 뛰어올라 왼손 레이업을 성공시키는 장면이 있었다. 거침없던 예전 모습과 같다며 현지 중계진이 환호했다. 미네소타가 휴스턴의 벽을 넘지 못하고 탈락한 뒤에도 로즈는 주목을 받았다. SB네이션은 “2018년이 아닌, 2011년의 데릭 로즈”라고 했다. 로즈는 2011년 NBA 최우수선수(MVP)였는데, 사상 최연소였다.

10점대 평균득점에도 불구하고 로즈가 남긴 인상은 크다. “디 로즈.” 마르코 벨리넬리(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는 트위터에 ‘D’, 그리고 장미 그림을 더한 짤막한 트윗을 올렸다. 시카고 트리뷴은 “로즈는 더 피어오를 시간이 남아 있음을 보여줬다”고 그의 이름에 빗대 기사를 썼다. 시카고 트리뷴은 “소셜미디어에는 로즈를 향한 사랑이 가득하다”며 “이번 시리즈는 그에게 다음 시즌의 일자리를 제공할 것”이라고 썼다. 커리어를 끝내고 안 끝내고는, 로즈에게 달려 있다고도 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