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에서 ‘솜방망이’ 성폭행 판결에 항의 시위

입력 2018-04-29 06:26
스페인의 팜플로나에서 28일(현지시간) 시위대가 법원 앞에서 솜방망이 성폭행 판결을 비판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뉴시스

스페인에서 법원의 ‘솜방망이’ 성폭행 판결에 분노한 시민들의 항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28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은 스페인의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등 전국 각지에서 수만명이 참여한 가운데 정부와 법원을 규탄하는 시위가 열렸다. 이번 시위는 지난 26일부터 시작됐다.

스페인 나바라 북부 지방 법원은 26일 2016년 팜플로나에서 열린 ‘소몰이 축제’(산페르민 축제)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피고 5명에게 각각 징역 9년형을 선고했다. 20대 후반으로 친구 사이인 이들 5명은 축제 도중 한 여성을 건물로 끌고 가 섹스하는 장면을 촬영했다. 이들은 여성의 휴대전화를 빼앗은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신들이 행위를 자축하는 메시지까지 올렸다. 반면 피해 여성은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길거리 벤치에서 발견됐다.

법원은 피고인들에게 형량이 무거운 집단 강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는 대신 형량이 낮은 성적 학대(sexual abuse) 혐의를 적용했다. 범행 당시 피해자가 강하게 저항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다.

법원 판결에 대해 스페인에서는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판사들의 자격 박탈을 요구하는 온라인 탄원서에는 120만명 이상이 서명했다. 또 스페인 여성계와 인권단체는 집단 시위에 나섰다. 사건이 발생한 팜플로나는 물론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세비야 등 스페인 주요 도시에서 각각 수천~수만 명의 시위대가 거리로 몰려나왔다. 이들은 “가부장적인 판결이다”고 적힌 팻말을 들고 “법원은 부끄러워해야 한다” “No는 No를 의미한다, 성적 학대가 아니라 강간이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