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 치료 논란’ 23개월 영국 아기, 끝내 하늘나라로 가다

입력 2018-04-28 22:18
올해 3월에 찍은 알피 에반스의 모습. AP뉴시스

연명 치료 논란으로 세계적 관심을 받았던 영국의 23개월 아기 알피 에반스가 28일(현지시간) 오전 숨졌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알피의 엄마 케이트 제임스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의 아기가 오늘 새벽 2시 30분경 날개를 폈다. 가슴이 아프다. 지지해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다”는 글을 올렸다. 또 아빠 토마스 에반스는 “나의 검투사가 항복했고 날개를 얻었다. 가슴이 찢어진다. 아들아, 사랑한다”고 적었다.

존엄사가 허용되는 영국에서 리버풀의 올더 헤이 아동병원은 알피가 회생 가능성이 없는 반(半) 식물인간 상태인 만큼 의미없는 연명 치료를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알피의 부모는 생명을 포기할 수 없다며 병원을 상대로 지난 수개월간 법적 다툼을 벌여왔다. 알피의 아버지는 연명 치료를 계속하게 해달라는 자신들의 요청이 영국 법원에서 기각되자 지난 18일 바티칸으로 건너가 교황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교황은 알피가 교황청 산하 아동전문병원인 제수 밤비노 병원에서 계속 치료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약속했고, 이탈리아 정부는 알피에게 시민권을 발급해 로마로 데려와 치료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를 계기로 알피를 둘러싼 연명 치료 논란은 영국을 넘어 국제적 관심사가 됐다.

지난 26일 영국 리버풀의 알더 헤이 아동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중인 알피의 아버지 토마스 에반스. 병원은 23일 법원 결정에 따라 알피의 연명치료를 중단했다. AP뉴시스

하지만 영국 항소법원은 알피에 대한 사법 관할권이 영국에 있다며 이송을 끝내 허용하지 않았다. 그리고 올더 헤이 아동병원은 지난 23일 연명 치료를 중단하라는 법원의 판결에 따라 알피의 생명 유지장치를 제거했다. 알피는 이후 자가호흡을 했지만 5일만인 28일 끝내 세상을 떴다.

영국에서는 지난해에도 10개월된 아기에 대한 연명치료 중단 결정이 내려진데 이어 올해도 같은 법원의 판단이 유지되면서 아기 환자의 생명결정권에 대한 논란이 다시 커지고 있다. 법원과 의료계는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이 아기의 고통을 덜어주는 길이라는 입장이다. ‘아동의 최선의 이익 우선’ 원칙에 따라 부모라도 아이의 자기결정권을 최대한 보장해주지 못할 경우 친권보다는 국가의 개입이 앞설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의사를 정확히 표시할 수 있는 어른과 달리 아기의 자기 결정권에 대해서는 부모의 의견까지 거스르는 것이 맞느냐는 반론도 적지 않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