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 ‘분산형 경호’ 北 ‘방어형 경호’… 김정은 경호원 ‘V자’로 선 이유

입력 2018-04-28 13:05
판문점공동취재단 = 이병주 기자

VIP를 위한 ‘방어형 V자 경호’와 티 나지 않는 ‘분산형 경호’.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 경호원들이 보여준 경호 방식은 ‘V’자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에워싸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청와대 경호처에 시민의 불편을 최소화해 달라며 주문한 ‘드러나지 않는 경호’와 대조적이었다. 북한 경호원들은 김정은 위원장의 차량을 따라 수백m를 뛰어가면서도 ‘V’자 대형을 유지했다.

청와대 경호처 관계자는 28일 이 같은 북측 경호 방식에 대해 “남한이 경호를 한 듯 안 한 듯 티를 내지 않는 분산형 구조로 경호를 했다면 북한 측은 ‘VIP’를 위해 바로 방어라인을 만들거나 몸을 날릴 수 있는 방어형 V자 경호를 했다”고 말했다고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군사분계선을 넘기 위해 판문각 정문으로 나왔을 때의 경호는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김 위원장을 둘러싸고 경호원 10명이 ‘V’자로 선 채 보조를 맞춰 이동했다. 경호처 관계자는 “V자 대형은 특히 사람 많은 곳을 지날 때 많이 쓰이는 경호 대형인데, 북한이 철저함을 보여주기 위해 이런 방식을 택한 것 같다. 북한 경호원들이 뛰어다닌 것은 약속된 행동일 것이다. 체력과 경호원의 기를 보여주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판문점공동취재단 = 이병주 기자

오전 11시55분 오전회담을 마친 뒤 평화의 집을 나온 김 위원장은 ‘국무위원장’ 로고가 박힌 벤츠 리무진을 이용해 다시 북측으로 돌아갔다. 김 위원장이 차량에 탑승하자 밀착경호팀 12명이 차량 좌우와 뒤쪽을 에워싸고 함께 달렸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경호에 참여했던 한 탈북자는 “북한은 유사시를 대비한 플랜B를 가동해 비상상황 발생 시 긴급 탈출 계획을 세운다. 중무장 요원은 외곽에 배치한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 근접경호는 974부대에서 맡고 있다. 974부대장은 남북 실무회담에도 참여해 경호 문제를 협의했다. 역시 부대장이 실무회담에 나섰던 963부대는 노출되지 않는 곳에서 경계태세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판문점공동취재단 = 이병주 기자

김정은 위원장의 경호원은 북한 고위층 자제인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권력의 정점 가까이에서 머문다는 것만으로도 얻을 수 있는 혜택이 크기 때문이다. 검증된 ‘출신 성분’에 더해 ‘인물’과 ‘사상’까지 검증돼야 김정은 위원장을 가까이서 보좌할 자격이 주어진다.

직 경호처 관계자는 “북한 경호원들은 우리나라 기준으로 봐도 모두 ‘고급인력’”이라며 “집안과 사상까지 부합하더라도 체력이나 체격 등 일정 기준에 맞지 않으면 지원조차 어렵다고 들었다”고 했다.












이현지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