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아버지 고향은 황해도이고 그 곳에 저의 누님이 두분 계십니다. 저의 어머니는 102세인데 누님들을 보고자 기다리고 계십니다. 저의 아내도 함경도 단천인데 이산가족의 아픔이 있습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7일 밤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다. 남북정상회담 만찬장에 쓴 것으로 보인다. 저 말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했다고 한다. 글의 제목은 ‘김정은 위원장과 시원하게 한잔 했습니다’였다.
우 원내대표는 내외가 모두 실향민이다. 만찬장에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술을 건네며 100세가 넘은 노모를 모시고 있는데 황해도에 있는 누나들을 보고 싶어 하신다는 말을 했다고 그는 전했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그 아픔을 달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우 원내대표는 다시 김 위원장에게 “오늘의 이 만남과 선언이 너무 감격스럽다. 그렇기에 절대로 후퇴하지 말고 큰길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고, 김 위원장은 또 “힘껏 함께 노력하자”고 답했다. 두 사람은 문배주를 ‘원샷’했다.
그는 “조용필과 윤도현, 그리고 현송월과 북한 가수들의 어우러지는 노래와 하나하나 사연이 있는 음식을 먹으며 남과 북이 하나 되는 기쁨을 맛보았다”고 덧붙였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도 만찬장 소감을 전했다. 김현 대변인을 통해 밝힌 소회의 첫 마디는 “통역이 필요 없는 만찬장을 실감한 자리”라는 것이었다. “격의 없이 친밀하고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진행된, 그야말로 격식 없는 웃음이 꽃 핀 자리였다”고 전했다.
추 대표는 “북측에서 온 수행원들은 남측 수행원들에게, 남측에서 온 수행원들은 북측 수행원들에게 격려의 술을 권하는 모습이 자연스러웠다. 나는 김정은 위원장과 인사를 나누며 ‘오늘 김정은 위원장의 모습은 우리에게 감격적이었다. 앞으로 미래를 위해 함께 나아가자’고 했다”고 밝혔다.
만찬장에서는 가수 윤도현이 편곡한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를 즉석에서 개사해 모두 함께 불렀다. 추미애 대표는 1번 테이블에서 함께한 북측의 김성남 부부장이 통영을 궁금해 하기에 윤이상 선생의 고향이라고 소개했다. 김성남 부부장은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통해 본 적 있다”고 했다.
북측 리수용 부위원장은 “평양냉면 맛이 어떠냐. 꿩고기 경단과 함께 먹으면 더 맛있다”고 추 대표에게 먹는 법을 알려줬다. 한 북측 인사는 “더불어민주당 대표 별명이 ‘추다르크’인 걸로 아는데 그러하냐”고 물으며 자연스레 김여정 부부장에게 추 대표를 소개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