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부인인 리설주 여사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올해 갓 서른인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퍼스트레이디다운 면모를 보였기 때문이다. 2005년 인천아시안게임 당시 북한 응원단 신분으로 방남했던 귀여운 여학생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리 여사는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7일 오후 6시18분 만찬자리에 참석하기 위해 판문점 평와의 집을 방문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인 김정숙 여사는 이보다 이른 5시53분에 판문점에 도착해 리 여사를 맞았다. 남북의 ‘퍼스트레이디’가 최초로 한자리에 모인 역사적인 순간이다.
리 여사는 살구색 투피스에 반 묶음 머리를 하고 왼손엔 검은색 손가방을 들고 높지 않은 검은 구두를 신었다. 김 여사는 특유의 밝고 유쾌한 모습으로 리 여사의 허리에 손을 얹으며 친근감을 표시했다.
리 여사의 이번 방남은 두 번째다. 2005년 인천아시안게임 당시 청년학생협력단으로 남한에 방문했었다. 북한의 유명 예술전문학교인 금성학원 1학년 학생으로 참석했던 리 여사는 13년 만에 퍼스트레이디로 변신해 다시 한국 땅을 밟았다.
리 여사는 김 여사의 환대에 연신 여유로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평화의 집에 여사께서 작은 세세한 것들까지 많은 관심을 기울이셨다는 얘기 들었다”며 “내가 아무것도 한 게 없이 이렇게 왔는데 부끄러웠다”며 겸손한 모습도 보였다.
리 여사는 또 문 대통령에게 “아침에 남편께서 회담 갔다 오셔서 문 대통령님과 함께 좋은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회담도 잘됐다고 하셔서 정말 기뻤다”고 말하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내조했다.
한국 나이로 이제 막 서른이 된 리 여사는 36살이나 차이가 나는 김 여사와 37살 차이가 나는 문 대통령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았다. 연신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퍼스트레이디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특히 지난달 말 김 위원장의 북중 정상회담에 동행해 27살 차이가 나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부인인 펑리위안 여사 앞에서도 당당했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사단과의 만남에서도 남다른 기지를 발휘해 시선을 끌기도 했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김 위원장에게 “금연하는 게 어떻겠냐”는 돌발 질문을 던져 순간 냉랭해질 수 있었던 분위기를 바꾼 것도 리 여사다. 당시 리 여사는 “항상 담배를 끊으라고 부탁하지만 말을 듣지 않는다”고 말해 만찬장의 분위기를 시종일관 화기애애하게 했다.
북한에서는 외교무대에 퍼스트레이디가 등장하는 일은 매우 이례적이다. 김일성 주석이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공식 석상에 부인과 함께한 적이 거의 없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 열렸던 1, 2차 남북정상회담에서도 퍼스트레이디와 동행한 적이 없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