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통화 소리가 너무 크다”며 훈계하는 어른의 얼굴을 한 차례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대학생이 집행유예 형을 선고받았다. 폭행 정도가 심하지 않아 사망을 예견할 수 없었던 점을 고려해 상해 혐의만 유죄로 인정됐다.
부산지법 형사6부(김동현 부장판사)는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A(20)씨의 상해 혐의만 유죄로 판단,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26일 밝혔다.
지난해 12월 30일 부산 도시철도 한 역사에서 대학생 A(20)씨는 전동차에 탑승해 통화를 하던 중 B(58)씨에게 “좀 조용히 합시다”라는 핀잔을 들었다. A씨가 무시하자 B씨는 A씨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고 욕설을 하는 등 물리력을 행사했다.
전동차가 멈춘 후 B씨가 “같이 내리자”며 A씨의 어깨를 붙잡자 A씨는 참지 못하고 B씨의 턱부위를 한 차례 때렸다. A씨는 곧장 자리를 떠났지만, B씨는 약 5분 후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다음 날 허혈성 심장질환 등에 의한 심정지로 사망했다.
검찰은 A씨가 B씨를 때려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보고 상해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부산지법 형사6부(김동현 부장판사)는 A씨 선고공판에서 “2007년 관상동맥질환 시술을 받고 폭행 당시 허혈성 심장질환을 앓았던 B씨는 A씨 폭행으로 일시적으로 심장에 과도한 부담을 받아 급성심근경색으로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목격자 증언과 B씨의 치과 치료 내역, 나이 등을 고려할 때 A씨 폭행이 B씨를 사망케 할 정도는 아니었다. 폭행 부위인 턱은 급소가 아니며 B씨가 지병이 있었던 점, 폭행 직후 곧바로 쓰러지지 않은 점 등을 볼 때 A씨 폭행이 B씨의 직접적인 사망원인이 아니다”며 상해치사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얼굴을 한 차례 때린 행동이 사망을 초래할 정도로 중하다고 보기 어렵고 목격자 증언을 봐도 폭행 정도가 그리 강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이 B씨의 건강 상태를 알 수 없었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사망 예견 가능성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판결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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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운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