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도 이설주에겐 ‘남편’… 南에서 재회한 北 부부

입력 2018-04-27 20:58 수정 2018-04-28 07:35
남북 정상 내외가 27일 경기도 파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판문점=이병주 기자 ds5ecc@kmib.co.kr

이설주 여사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원수님’ 대신 ‘남편’이라고 호칭했다. 이 여사는 한국 특사단과의 만찬 자리에서도 김 위원장을 ‘제 남편’이라고 부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여사는 27일 오후 6시16분쯤 정상 회담이 열린 판문점 평화의집 앞에 벤츠 차량을 타고 나타났다.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는 오후 5시50분쯤 먼저 도착해 이 여사를 맞이했다. 살구색 투피스를 차려입은 이 여사는 김 여사의 안내를 받으며 평화의집 1층 로비로 들어섰다. 이어 판문점 선언을 마친 ‘두 여사’의 ‘두 남편’이 나와 환대했다.

문 대통령이 먼저 “영광이다. 두 분은 인사를 나눴냐. (김 위원장과) 나는 하루 사이에 친분을 많이 쌓았다”고 인사를 건넸다. 이 여사는 “아침에 남편께서 회담 갔다 오셔서 문 대통령과 진실하고 좋은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고 했다”며 “회담도 잘 됐다고 해서 정말 기뻤다”고 화답했다.

김 여사는 양 정상이 수행원 없이 담소를 나눴던 ‘도보다리 친교 산책’을 언급했다. 김 여사가 “두 분이 다리 걷는 모습을 봤다. 얼마나 평화롭던지…”라고 말하자 김 위원장이 “우리 둘이 카메라 피해서 멀리 갔는데 벌써 나왔습니까?”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아주 진한 우정을 나눴다”고 전했다.

이 여사가 이어 “이번에 평화의 집을 꾸미는 데 김 여사께서 작은 세부적인 것까지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가구 배치뿐만 아니라 그림 배치까지 참견했다”고 농담을 던졌고 이 여사는 “조금 부끄러웠다. 저는 아무것도 한 것 없이 왔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또 “두 분이 전공도 비슷하시기 때문에 앞으로 남북 간 문화 예술 교류를 많이 해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두 퍼스트레이디는 모두 성악을 공부했다. 김 여사는 경희대 성악과 출신으로 서울 시립합창단 단원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으며 이 여사는 북한 최고 예술 학교인 평양 금성학원 졸업 후 중국에서 성악을 전공했다.

이 여사가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 위원장을 남편으로 호칭한 것은 매우 파격적인 일이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남북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달 5일 평양에서 있었던 남측 특사단과의 만찬에서 이 여사가 김 위원장을 “제 남편”으로 불렀다고 지난 3일 보도했다. 당시 매체는 “국제사회 시선을 의식해 ‘보통 국가’ 이미지를 연출한 것 같다”면서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분석했다.

판문점 공동취재단,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