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모든 것이 바뀌었다. 그날도 매년 돌아오는 새해의 첫날과 다르지 않았다. 하나가 달랐다면, 북한 최고 권력자의 육성 신년사는 지난해까지의 것처럼 들려오지 않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월 1일 신년사에서 “핵 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 “핵 단추가 책상 위에 있다” “미국 전역이 핵 타격의 사정권”과 같은 무시무시한 말들을 쏟아내더니 마지막 부분에 돌연 “북남관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평창에 대표단을 파견할 용의가 있다”며 남북 간 접촉 의지를 내비쳤다.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해서는 “민족의 위상을 높일 좋은 계기”라고 치켜세우기까지 했다. 집권 6년 동안 몰두했던 핵 개발을 끝내고 ‘광폭 행보’를 시작하겠다는 선언이었다.
남북 화해는 급물살을 탔다. 남북 실무자는 마주앉아 북한의 올림픽 참여를 논의했고, 그 결과 남북 선수단이 지난 2월 올림픽 개·폐회식에 한반도기를 들고 동시 입장했다. 김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이 순간을 평창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지켜봤다.
북한 예술단은 서울과 강릉에서, K팝 아이돌을 포함한 우리 예술단은 평양에서 공연을 펼쳤다. 한반도에 전운을 드리웠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마저 호의적인 태도로 남북관계 개선을 ‘축복’했다. 그렇게 한걸음씩 간격을 좁힌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27일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 집에서 만나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을 가졌다.
비핵화, 한국전쟁 종전, 교류·협력과 같은 한반도의 여러 현안들이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거론됐다. 문 대통령은 이 모든 ‘숙제’를 안고 회담장 안으로 들어갔다. 이 순간까지 북풍(北風·북한 변수)을 지피는 정치공세가 이어지기도 했고, 당장 비핵화를 이뤄내라는 식의 재촉이 나오기도 했다.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지만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다. 우리는 지금 어떤 시선으로 남북 정상회담을 바라보고 있을까.
국민일보는 빅데이터 분석업체 데이터앤리서치에 의뢰,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회담 성사를 발표했던 지난달 6일부터 회담 하루 전인 지난 26일까지 트위터·인스타그램·유튜브·네이버·다음에서 언급된 ‘남북 정상회담’ 키워드를 분석했다. 페이스북은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수집 대상에서 제외됐다.
남북 정상회담이 언급된 버즈량은 38만3491건이었다. 버즈량은 빅데이터에서 특정 키워드에 대한 언급 횟수를 말한다. 여기서 긍정적인 반응의 비율은 66.8%로 부정적(13.3%) 중립적(18.1%) 반응을 압도했다.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국민 상당수가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다.
우리 국민이 남북 정상회담에서 가장 기대하는 성과는 ‘평화’였다. 긍정적 반응에서 가장 많이 나타난 관련어는 ‘평화’ ‘성공’ ‘좋다’ ‘기대한다’ 순으로 나타났다. ‘평화’가 6만건 이상의 버즈량을 기록해 다른 관련어를 압도했다. 부정적 반응에서 ‘반발’ ‘실패’ ‘우려’ ‘긴장’과 같은 관련어가 따라왔다. 하지만 부정적 관련어에서 긍정적 반응보다 많은 버즈량이 집계된 사례는 없었다.
박인복 데이터앤리서치 대표는 “관련어 순위로 가장 많이 나타난 단어는 대통령이었다. 대통령의 이름 ‘문재인’도 3위로 나타났다”며 “트럼프,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 당사자나 주요국도 관련어에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