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맛디 문재인, 맹가노니 김정은…文대통령의 훈민정음 강연

입력 2018-04-27 17:16 수정 2018-04-27 17:19
사진=AP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앞에서 국어 선생님으로 빙의했다. ‘사맛디’ 문재인, ‘맹가노니’ 김정은이라고 표현했다. 훈민정음을 재해석한 미술작품으로 초면의 어색함을 지우는 아이스 브레이킹을 한 것이다.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오전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남북정상회담 장소인 남측 평화의집으로 이동했다. 이곳 1층 접견실에는 여초 김응현의 훈민정음을 재해석한 김중만 작가의 ‘천년의 동행, 그 시작’이 걸려 있었다.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로 시작하는 그 문구다.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이 잘 녹아 있다. 문 대통령이 일어섰고 김정은 김여정 두 남매의 시선이 작품으로 향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맛디’는 우리말로 ‘서로 통한다’는 뜻”이라며 “글자에 미음이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맹가노니’는 ‘만들다’는 뜻으로 거기에 기억을 특별하게 표시했다”고 전했다.

이어서 본론이다. 문 대통령은 “서로 통하게 만든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맛디’의 ‘미음(ㅁ)’은 문재인의 미음, ‘맹가노니’의 ‘기역(ㄱ)’은 김 위원장의 기역”이라고 설명했다. 세종대왕이 애민정신으로 만든 한글을 통해 사맛디 문재인과 맹가노니 김정은이 서로 통하게 만들자는 결론이었다. 김 위원장은 “세부에까지 마음을 썼습니다”라고 화답했다.

사진=AP뉴시스

훈민정음 작품 이외에도 평화의집 1층 로비엔 민정기 작가의 ‘북한산’이 걸려있었다. 서울의 대표 명산이다. 2층 회담장에는 신장식 화백의 ‘상팔담에서 본 금강산’이 걸려 있었다. 회담 후 만찬이 열릴 3층 연회장에는 신태수 작가의 ‘두무진에서 장산곶’이 배치됐다. 장산곶은 북한 땅, 두무진은 이와 마주한 서해 최북단 백령도 해안가이다. 서해를 평화의 바다로 만들자는 의미가 담겨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