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과 한목소리 낸 홍준표, “위장평화쇼” 발언 자충수 되나

입력 2018-04-27 16:43 수정 2018-04-27 16:45
사진=JTBC 뉴스룸 캡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뭇매를 맞고 있다. 일본 방송에 출연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을 “위장평화쇼”라고 비난하면서다. 더군다나 제1 야당 대표인 홍 대표의 발언은 최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측근이 남북정상회담을 “화려한 정치쇼”라고 깎아내린 것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홍 대표는 26일 일본 방송 아사히TV에 출연해 11년 만의 남북정상회담을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남북정상회담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하기 위한 제스처에 지나지 않는다”며 “김정은의 위장 평화쇼를 나는 믿지 않는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또 한국 내 남북정상회담을 지지하는 여론이 과장됐다는 취지의 주장도 이어갔다. 그는 “한국 여론이 남북정상회담을 적극 지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지지하는 계층은 좌파뿐”이라며 “과거 두 번의 남북정상회담처럼 경제 제재로 체제유지가 곤란한 북한을 살려주기 위해 정상회담이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즉각 정치권의 비판이 쏟아졌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김 위원장이 비핵화 하겠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겠다 했고, 이를 잘 조정한 문 대통령과 오늘 만나는데 도움은 못줄망정 고춧가루를 뿌린다”며 “제1 야당 대표의 자격이 있는지 참으로 한심하다”고 일갈했다.

평소 정부여당에 날을 세웠던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도 이번에는 문 대통령을 지지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문재인은 좌파만의 대통령이 아니다. 전 국민의 대통령이다. 홍준표 대표의 대통령도 문재인이지 다른 누구가 아니다”라며 “일본 TV에 나가 정상회담 지지는 좌파일 뿐이라는 홍 대표는 발언을 철회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썼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은 “부러우면 부럽다 하고 잘된 일이라면 박수를 쳐라”라며 “잔칫날 왼다리한 채 소리 고래고래 질러봤자 본인만 망신살 뻗친다. 좀 선한 마음을 가지시라”라고 꼬집었다.

홍 대표의 ‘위장평화쇼’ 발언은 6·13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남북정상회담이라는 거대 이슈에 한국당이 제기하는 이슈들이 묻히는 것을 우려한 노림수일 수 있다. 하지만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 등을 염원하는 여론과 동떨어진 발언으로 한반도 평화의 ‘가능성’조차 차단하고 정치공세를 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더군다나 한국 내 반일감정까지 더해지면서 오히려 자충수가 되는 모양새다. 아베 총리를 비롯한 일본 정부는 남북관계 움직임에 계속 어깃장을 놓으면서 한국 내에서 비판을 받아왔다.

최근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아베 총리의 측근인 가와이 가쓰유키 보좌관은 현지 강연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아주 화려한 정치쇼라며 그 의미를 깎아내린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홍 대표의 “위장평화쇼” 발언은 일본 정부의 입맛에 맞는 말을 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일본은 남북정상회담 만찬장에 ‘독도 디저트’가 오른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한국 정부에 강력 항의를 하면서 한국 내 반일감정을 더 자극한 바 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