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된 한라와 백두…한반도에 ‘평화’를 심다

입력 2018-04-27 16:41 수정 2018-04-27 17:19

27일 4시30분쯤 2018 남북 정상회담의 오후 회담 시작을 알리는 공동기념식수 행사가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남측 군사분계선 인근 ‘소떼 길’을 찾아 소나무를 공동으로 심는 기념식수 행사를 가졌다. ‘소떼 길’은 과거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소를 몰고 갔던 길이다.

김 위원장은 행사 자리에서 "소나무가 사철 푸르다고 해서 우리 사람들은 강인한 광야 나무라고 말한다"며 "남북이 어렵게 찾아온 새로운 기운을 잘 키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즉흥적으로 이뤄진 김 위원장의 발언에 웃으며 박수로 화답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직접 삽을 들고 흙을 떠 뿌리 위에 정성스럽게 덮었다. 이날 사용된 흙은 남과 북의 평화와 협력의 의미를 담아 한라산과 백두의 흙을 함께 섞어 사용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대동강 물을, 김 위원장은 한강 물을 각각 나무에 뿌려줬다.

식수표지석에는 ‘평화와 번영을 심다’라는 문구와 함께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서명이 새겨졌다.

식수목으로 선정된 소나무는 정전협정이 체결된 1953년생 ‘반송’이다. 한국 전역에 반포하는 반송은 여러 갈래의 줄기로 갈라져 부채를 펼친 모양으로 자라는 소나무 품종이다. 식수에 쓰인 삽자루는 북한의 숲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침엽수고, 삽날은 남한의 철로 만들었다.

청와대는 “남북 정상이 정전 65년 동안 ‘대결과 긴장’을 상징하는 땅이었던 군사분계선 위에 ‘평화와 번영’를 상징하는 소나무를 함께 심는 것”이라며 “군사분계선이 갈라놓은 백두대간의 식생을 복원하는 새로운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두 정상은 공동 식수를 마친 뒤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도보다리’까지 산책을 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도보다리’는 정전협정 직후 중립국감독위원회(당시 체코, 폴란드, 스위스, 스웨덴)가 임무 수행을 위해 짧은 거리로 이동할 수 있도록 습지 위에 만들어진 다리로 비가 많이 올 땐 물골이 형성돼 멀리 돌아가는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1953년과 1960년 사이에 설치됐다. 과거 유엔사가 ‘풋 브리지’(Foot Bridge)라고 부르던 것을 번역해 ‘도보다리’라고 부르고 있다.

이번 ‘도보다리’ 산책은 우리 측이 도보다리 너비를 확장하는 등 정성들여 준비하자 북측이 적극적으로 화답해 성사됐다. 두 정상은 담소를 나눈 뒤 ‘도보다리’ 길을 다시 걸어 평화의 집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