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오전 10시15분부터 11시55분까지 100분간 정상회담을 진행했으며, 그 결과를 토대로 실무진이 선언문 도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선언문 작업’은 문구를 조율하는 수준이라고 한다. 오전 회담을 통해 비핵화 등 핵심 의제에 대한 합의가 마무리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양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 남북관계의 발전방향에 대해 시종 진지하고 솔직한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이어 “양측은 공동선언문 작성을 위한 실무협의를 계속하기로 했다”며 “선언문이 나올 경우 양 정상은 서명식을 갖고, 이를 공동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을 맡고있는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26일 브리핑에서 “뚜렷한 비핵화 의지를 명문화할 수 있다면, 나아가서 한반도에서의 완전한 비핵화를 의미한다는 부분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다면 비핵화 관련 이번 회담은 매우 성공적일 것”이라고 한 바 있다.
임 실장은 다만 “북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이 고도로 발전한 이 시점에 비핵화 합의는 1990년대초나 2000년대초와는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르다”며 “양 정상이 직접 어느 수준에서 합의할 수 있을지, 어떤 표현으로 명문화할 수 있을지가 어려운 대목”이라고 했다.
때문에 윤 수석의 설명은 양 정상이 ‘통 큰 합의’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공동선언문에 명문화하기로 합의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윤 수석은 실무 협의에 대해 “문구를 조정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오전 회담을 마친 양 정상은 오후 4시30분부터 소나무 식수행사를 비롯해 도보다리에서 친교행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마지막까지 참석 여부가 베일에 쌓여있던 김 위원장 부인 이설주 여사는 오후 6시15분쯤 판문점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윤 수석은 덧붙였다. 이설주 여사의 동행은 북한이 내세우는 정상국가화 작업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참석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었다.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김 위원장과 이설주 여사는 평화의집에서 잠시 환담한 뒤 만찬에 참석할 예정이다.
남북 정상이 공동 발표할 합의문에는 비핵화 관련 내용 외에도 비무장지대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는 방안과 문 대통령의 답방 관련 논의도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군사적 긴장 완화 방안에는 정전협정 위반사항인 비무장지대 내 감시초소 철수 또는 간격 조정, 중화기 철거 등이 포함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양 정상은 회담 말미에 문 대통령의 평양 답방 관련 논의도 나눈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마무리발언을 통해 “지금 남아있는 것은 철도가 남아있다”고 하자 김 위원장은 “내가 비행기로 오시면 제일 편할 것 같다”며 “걸어오는 게 불편하다. 비행기로 오시면 공항에서 영접식을 하고 그렇게 잘될 것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답방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합의문이 나오면 그 내용도 포함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