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판문점에서 만나 남북정상회담을 시작했다. 많은 외신이 이번 회담을 ‘평화의 첫걸음’으로 평가하며 집중하는 가운데 미국 내 일부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나왔다.
이들의 입장은 지금까지 보여준 북한의 모습을 완전히 신뢰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 출발했다. 에번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 부차관보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기대가 상당히 높아졌지만 이런 상황에 처할 때마다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기대하는 게 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북한 정권으로부터 나오는 대화 내용이 너무 막연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막연함은 북한과의 화해를 위한 이전 시도에서 외교관들이 부딪힌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늘 북한이 협상테이블에 나와 ‘우리는 (비핵화에 대해) 진지하며 그런 길을 갈 준비가 돼 있다는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말하길 바란다”면서도 “그러나 이전의 경험에 비춰볼 때 그들이 그러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예측했다.
미 워싱턴DC 소재 공공정책 싱크탱크인 저먼마셜펀드의 로라 로젠버거 연구원은 워싱턴포스트에 “세부사항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정권 시절 백악관에서 북한 정책 관련 일을 한 바 있다.
로젠버거 연구원은 과거 ‘윤일 합의’(Leap Day Deal)의 실패를 언급하며 “이런 일이 또다시 일어날까 봐 걱정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윤일 합의’는 2012년 2월 29일 북한과 미국이 합의한 것으로 북한은 미사일 시험발사를 중단하기로 동의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 합의를 깨고 그해 4월 광명성호를 발사한다고 발표했다.
애덤 마운트 미국과학자연맹(FAS) 선임연구원은 월스트리트저널과 가진 인터뷰에서 “한쪽은 평화를 선언하고 다른 한쪽을 그렇지 않을 때 동맹은 어떻게 될까?”라고 반문하며 “이는 문 대통령에게 까다로운 갈등 조정 절차”라고 평가했다. 또 “북한은 회담을 두 개(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의 개별적인 통로로 나눴다”며 “동맹국들은 공동 입장을 조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김 위원장은 남북정상회담 시작 전 모두 발언에서 이같은 국제사회의 우려들을 간파한 듯한 말을 했다. 그는 “오늘 이 역사적인 자리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지난 시기처럼 아무리 좋은 합의나 글이 발표돼도 그게 이행되지 못하면, 오히려 이런 만남을 갖고도 결과가 좋게 발전하지 못하면 기대를 품었던 사람들에게 낙심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평화와 번영의 북남관계가 새로운 역사가 쓰여지는 출발선에서 신호탄을 쏜다는 그런 마음가짐을 갖고 왔다”고 말했다.
또 “관심사가 되는 문제들을 퉁쳐놓고 얘기하고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 미래를 내다보면서 지향성 있게 손잡고 걸어가 기대에 부응하면 좋겠다”며 “오늘 정말 허심탄회하게, 진지하게, 솔직하게, 이런 마음가짐으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겠다”고 강조했다.
문지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