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의 핵심 의제인 ‘비핵화 담판’이 사실상 오전회담에서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남북 실무진이 공동선언문 문구를 조율하고 있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부인 이설주 여사는 판문점을 향해 출발했다. 오전 6시15분 도착할 예정이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7일 오후 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오전 10시15분부터 11시55분까지 100분간 정상회담을 가졌다”며 “두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 남북관계 발전방향에 대해 시종 진지하고 솔직한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또 “양측은 공동선언문 작성을 위한 실무협의를 계속하기로 했으며 선언문이 나올 경우 두 정상이 서명식을 갖고 이를 공동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또 “김정은 위원장의 부인 이설주 여사가 오후 6시15분쯤 판문점에 도착한다.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김 위원장과 이설주 여사는 평화의집에서 잠시 환담한 뒤 만찬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 수석은 공동선언문과 관련해 “실무적인 조율 단계”라며 “문구를 조정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문구 조율’과 ‘이설주 여사 참석’은 회담이 성공적임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선언문의 핵심적인 내용에 두 정상 간 합의가 이뤄졌음을 뜻한다. 최대 의제가 한반도 비핵화였던 만큼 이를 명문화하고 그것이 ‘완전한 비핵화(CVID)'임을 확인할 수 있는 수준에까지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두 정상의 ‘담판’은 사실상 오전에 끝난 것이다. 남은 회담 일정과 만찬은 오히려 친교의 시간으로 활용될 가능서이 크다.
오전 회담은 예상과 조금 다른 형태로 진행됐다. 양측 공식 수행원 가운데 2명씩만 배석했다. 남측은 수행원 7명 중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북측은 9명 중 김영철 통일전선부장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함께했다.
통상 확대정상회담을 먼저 하고 단독정상회담을 이어가는 정상외교 방식과는 달랐다. 3대 3 회담은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단독정상회담에 가깝다. 배석자도 모두 최측근이면서 이번 회담의 막후에서 활동한 정보통 인사였다.
정상회담의 최대 목표인 ‘비핵화’ 문제가 이 자리에서 집중적으로 논의됐을 가능성이 크다. 중요하고 내밀한 이야기를 먼저 마무리한 다음 종전과 남북관계 의제로 범위를 넓혀 가는 수순을 택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김정은 위원장의 ‘스타일’과도 어울린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대북 특사단을 평양에서 만난 김정은 위원장은 이들과 4시간 동안 만찬을 했다. 하지만 발표된 공동보도문 내용은 김정은 위원장이 특사단과 마주앉자마자 모두 꺼내놓은 것이었다고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을 먼저 정리한 뒤 주변 의제를 챙겨나가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