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외교 무대에서 ‘은둔자'로 불렸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재치 있는 입담을 선보였다. 김 위원장의 파격적인 농담에 대해 시민들의 반응도 뜨겁다.
김 위원장은 이날 회담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저희 때문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참석하느라 새벽잠을 많이 설쳤다는데 (이제는) 새벽에 일어나는 게 습관이 되셨겠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으로 우리 정부가 수차례 새벽에 NSC를 소집했던 상황에 대한 농담이었다.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도 농담 형식으로 부담 없이 표현됐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께서 새벽잠을 설치지 않도록 제가 확인하겠다”고 했다.
평양냉면 관련 발언도 화제가 됐다. 김 위원장은 “오늘 만찬을 위해 어렵사리 평양에서부터 평양냉면을 갖고 왔다”며 “문 대통령께서 편한 마음으로 멀리서부터 가져온 평양냉면을, 아 멀다고 말하면 안 되갔구나.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해 좌중에 웃음을 선사했다. 느닷없는 ‘평양냉면’ 발언에 서울 유명 평양냉면집들이 냉면을 찾는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루기도 했다.
김 위원장의 친근한 유머에 시민들도 우호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직장인 이모(30)씨는 “회담 생중계에서 본 김정은은 한마디로 귀여웠다”고 평했다. 대학원생 이모(29)씨는 “남북정상회담 자체에 반신반의 했는데 오늘 회담 생중계를 보니 자신이 현실적으로 선택해야 될 게 뭔지 아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연모(56·여)씨는 “농담 몇 마디로 김정은에 대한 평소 이미지가 달라지지는 않는다”면서도 “개방적으로 변하려는 것 같다는 느낌은 받았다”고 했다. 직장인 최모(43)씨는 “독재자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어린 나이만큼 젊은 감각은 있는 것 같다”고 평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