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속도 중요” 김정은 “만리마 속도”… 남북관계 ‘속도전’ 예고

입력 2018-04-27 14:47 수정 2018-04-27 14:58

남북 정상이 한목소리로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핵심 키워드로 ‘속도’를 강조했다. 행동 없는 선언으로 그친 1·2차 남북정상회담을 반면교사로 삼아 이번에는 회담 결과를 즉각적으로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오전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환담하며 “과거를 돌아봤을 때 가장 중요한 건 속도”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과거에는 정권 중간이나 말기에 (남북정상회담 결과가) 합의가 돼 정권이 바뀌면 실천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제가 (대통령을) 시작한지 1년 차다. 임기 내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서 오늘까지의 속도를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북남 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후 4개월 만에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졌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속도전’ 발언에 긍정적으로 화답하며 웃음을 지었다. 김 위원장은 “김여정 부부장의 부서에 ‘만리마 속도전’이라는 말을 만들었는데 남과 북의 통일의 속도로 삼자”라고 말했다. 이어 “자주 만나자. 마음을 단단히 굳게 먹고 (남북관계가) 원점으로 오는 일이 없어야겠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말미에 “앞으로 잘하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두 정상의 속도전 다짐에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살얼음판을 걸을 때 빠지지 않으려면 속도를 늦춰서는 안 된다는 말이 있다”고 거들었다.

◆ 김정은, 일거수일투족에 ‘평화’ 메시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은 작심한 듯 보였다. 이 말을 하기 위해 많이 기다렸다는 듯 꺼내는 말마다, 보여주는 몸짓마다 ‘평화’ 메시지를 한껏 담았다. “허심탄회하게, 진지하게, 솔직하게” 얘기하자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긴 모두발언을 건네면서도 평화를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회담장에 마주앉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멀리서 오셨으니 인사 말씀 먼저 하시죠”라고 하자 김 위원장은 “아까 다 드렸던 마음가짐 가지고 이 200m 짧은 거리를 오면서, 분리선을 넘어보니까 분리선도 사람이 넘기 힘든 높이로 막힌 것도 아니고 너무나 쉽게 넘어온 분리선을 가지고 여기까지 역사적인 이 자리까지 11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그래서 앞으로 정말 마음가짐을 잘하고 정말 우리가 잃어버린 11년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말씀드린 것처럼 정말 수시로 만나서 걸린 문제를 풀어나가고 마음을 합치고 의지를 모아서 나가면 우리가 잃어버린 11년이 아깝지 않게 좋게 나가지 않겠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정말 만감이 교차하는 속에서 200미터를 걸어왔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평화’를 말했다.

김 위원장은 “오늘 이 자리에서 평화와 번영의 북남관계가 정말 새로운 역사가 쓰여지는 그런 순간에 이런 출발점에서 서서 그 출발점에서 신호탄을 쏜다 하는, 출발 신호탄을 쏜다하는 그런 마음가짐을 가지고 여기 왔다. 오늘 현안 문제들을 툭 터놓고 이야기하고, 그래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자”고 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평화의집 1층에 마련된 방명록에도 “새로운 역사는 이제부터. 평화의 시대, 역사의 출발점에서”라고 썼다. 남한을 찾아 밝힌 첫 메시지부터 ‘평화’였다. 역사의 출발점이라는 글귀의 의미는 앞으로 이어질 북·미 정상회담과 이후 진행될 국제사회와의 협력까지도 고민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단편적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지속적으로 진전시키고 논의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고승혁 기자 marquez@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