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균도 차단?… 김정은 앉을 의자·방명록 소독한 北경호원

입력 2018-04-27 14:40
27일 평화의 집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방명록에 서명을 하고 있다. 한국 공동 사진기자단

남북 정상이 11년 만에 마주앉은 판문점 평화의집 분위기는 화기애애했지만 회담장 바깥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65년 만에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온 27일, 북측 경호원들은 소독약을 뿌려가며 김정은 국무위원장 경호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오전 김 위원장을 맞이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평화의집 1층 로비를 잠시 빠져나가자 북측 경호원 2명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이들이 먼저 찾은 곳은 1층에 마련된 방명록대. MDL을 넘어온 김 위원장은 공식환영식을 마친 후 이곳에서 방명록을 작성할 예정이었다.

북측 경호원 1명은 김 위원장이 앉을 의자를 세심하게 살펴봤다. 소독약이 든 분무기를 의자에 뿌린 뒤 흰색 천으로 김 위원장이 앉는 곳과 등받이, 팔걸이를 정성스레 닦아냈다. 의자 다리도 소독 예외가 아니었다. 이어 분무기로 물을 뿌린 뒤 다시 흰색 천으로 물기를 꼼꼼하게 닦아냈다.

방명록도 마찬가지였다. 경호원들은 공중에 소독약을 뿌린 뒤 방명록철을 공중에 갖다대는 식으로 두 차례에 걸쳐 소독을 했다. 또 안주머니에서 종이 케이스를 꺼내더니 일회용 천을 꺼내더니 펜을 닦았다. 김 위원장 서명 용도로 우리 측이 준비한 펜이었다.

다른 경호원은 검은색 가방에서 헤드폰처럼 생긴 전자장비를 꺼냈다. 이 장비를 헤드폰처럼 쓴 경호원은 검은색으로 된 넓은 사각판을 김 위원장이 앉을 의자와 서명대에 갖다댔다. 우리 측 경호 담당자는 “폭발물이나 도청 장치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작업은 1층 사전환담장에서도 이어졌다. 북측 경호원들은 환담장 내 김 위원장 의자와 펜을 같은 방식으로 소독하고, 도청이나 폭발물 여부를 철저히 검사했다.



하지만 막상 김 위원장은 우리 측이 준비한 펜이 아닌 직접 준비한 펜을 썼다. 김 위원장은 방명록에 서명하기 전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바라봤다. 그러자 김 제1부부장이 펜 케이스를 열어 김 위원장에게 펜을 건네줬다.

김 위원장은 방명록에 백두체로 불리는 특유의 우상향 글씨체로 “새로운 력사는 이제부터. 평화의 시대, 력사의 출발점에서. 김정은 2018. 4. 27”이라고 썼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방명록을 쓰는 모습을 오른편에서 지켜봤다.










판문점 공동취재단,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