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7일 첫 만남 이후 군 의장대를 사열했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남측 육·해·공군으로 구성된 의장대를 사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정상은 군사분계선(MDL) 앞에 도열한 전통의장대의 호위를 받으며 공식 환영식이 예정된 판문점 광장까지 이동했다. 두 정상이 이동하는 동안 양쪽에선 호위무사들이 장방형 모양을 이뤘다. 두 정상이 전통가마를 탄 모양을 형상화한 것이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자유의집을 우회하는 130m 길이의 레드카펫을 걸어 판문점 광장에 도착했다.
두 정상은 오전 9시40분쯤 광장 중앙 사열대에 올랐다. 의장 대장의 경례를 받고, 단상 아래로 내려가 의장대를 사열했다. 의장대는 단상 기준으로 왼쪽부터 군악대, 3군 의장대, 전통의장대, 전통악대 순으로 배치됐다. 전통의장대와 국군의장대 사열에 참가한 인원은 총 300명 규모로 알려졌다.
전통의장대 취타대는 행사 도중 남북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아리랑'과 ’신아리랑 행진곡'을 연주했다. 두 정상이 사열하는 동안에는 사성곡과 봉황곡이 각각 연주됐다. 이날 사열에선 국기게양과 국가연주, 예포발사 등은 생략됐다.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해 약식으로 진행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의장대 사열 행사 내내 굳은 표정으로 의장대를 응시했다. 사열대 위에서는 숨을 다소 거칠게 몰아쉬었고, 양팔을 벌린 채 부동자세를 유지했다. 법적으로 전쟁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남측 군인들 앞에 선 상황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광장으로 이동하는 내내 웃음을 보였던 문 대통령도 의장대 사열 중에는 굳은 얼굴로 정면을 향해 거수경례를 했다.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27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판문점에서 우리 군 의장대를 사열했다. 의장대 사열은 정상외교의 대표적 의전행사다. 서로 상대국을 군사적 주권국가로 존중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북한에서 열린 지난 2차례 정상회담 때도 김대중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북한군 의장대를 사열했다.
◆ 김정은, 의장대 사열 때 경례 안한 까닭은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과 함께 의장대 앞을 걸으며 문 대통령과 조금 다른 모습을 보였다. 의장대 앞을 지나면서 손을 올려 경례를 받아준 문 대통령과 달리 김 위원장은 두 팔을 내린 채 걸음을 이어갔다. 경례 자세를 한 번도 취하지 않았다. 이는 국제 외교무대에서 통용되는 의장대 사열 관례에 따른 것이었다.
군 의장대 사열은 방문 인사에게 경의를 표하는 의식으로 행해진다. 군악이 울리면 행사 주최국 지도자가 국빈과 함께 집총 자세로 선 의장대 앞을 지나가는 방식이다. 외빈을 맞는 의장대는 자국기와 자국 군기만 든다. 외빈 측 국기는 들지 않는다.
따라서 사열을 지켜보는 외빈은 사열 중 어떤 경우에도 예를 표하지 않는다. 사열을 진행하는 측 지도자(이번 경우에는 문 대통령)와 의장대장은 기수대 앞을 지날 때 걸어가며 거수로 국기에 대해 경례를 한다. 자국기에만 예를 갖추는 것이다. 이는 악수 등 상호작용이 있을 때엔 적용되지 않는다. 이번 경우에도 사열식이 끝난 뒤 문 대통령과 악수를 나눈 북측 인사들은 모두 경례를 하는 등 예를 갖췄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