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대화 열린 날 교동도에 가보니

입력 2018-04-27 14:01 수정 2018-04-27 20:41
27일 인천 강화군 교동도 주민들이 북한이 내려다보이는 화개산 정상에 올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교동도=정창교 기자

남북대화가 재개된 27일 대북접경지역인 인천 강화군 교동도 주민들이 북한이 바라보이는 화개산 정상 정자에 둘러앉아 덕담을 나누고 있다. 교동도=정창교 기자

27일 인천 강화군 교동도 화개산 정상에서 만난 이장 17명은 지난해 가을 교동도 북쪽 바다를 가로막는 철조망 안쪽 콘크리트벽에 대해 문제를 삼은 주민들의 입장을 중심으로 르포기사를 쓴 기자(맨 오른쪽)를 불러 같이 사진을 찍자고 요청했다. 매년 교동도가 달라지는 모습을 취재해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교동면사무소 제공

27일 오전 11시쯤 인천 강화군 교동면사무소에서 시작된 강화나들길 9코스를 따라 연산군 유배지를 거쳐 아무리 가물어도 약수가 나온다는 곳에서 물한모금 마시고 난 뒤 화개산(해발 259.6미터) 정상에 올랐더니 교동면의 마을 이장 17명과 면사무소 직원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부면장이 1년간 공로연수를 들어간다는 말에 갑자기 떠들썩해진 것이다.

“오늘은 기분좋은 날”이라는 40대 이장의 건배사에 모두 즐거운 목소리로 화답했다. “통일을 위하여”라는 건배사가 나오자 “통일이 될 것 같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주민들은 북한의 산하를 가리키며 “3일전까지만해도 동네를 시끄럽게 하던 확성기가 사라져 너무 조용해 이상할 정도”라고 입을 모았다. 1500가구 3000여명에게 평화가 찾아온 것이다.

교동면 인사리 이장 황교익(54)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 당시 난데없이 나타난 대북방송 차량이 완전 철수했다”며 “남북대화의 효과가 나타난 것”이라고 환영했다.

교동면 고구2리 한영세(65) 이장은 “남북교류를 통해 역사적으로 물류거점 역할을 해온 교동도가 교동면 끝자락인 서안리에서 북한을 거쳐 중국으로 연결되는 국가대동맥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며 “이북에서 피난 나온 뒤 고향땅을 밟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한도 풀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또다른 마을 이장은 “주민들의 최대 숙원은 교동대교에서 북쪽바다 전체 약 40㎞를 연결한 철책선이 없어지는 것”이라며 “남북대화가 결실을 맺어 교동도 해안이 만들어낸 수만평의 넓은 땅에 남북한의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날이 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주민들은 “90년대 중반까지만해도 북쪽바다에 나가 그물질을 했는데, 지금은 북한에서만 그물질을 한다”며 “거꾸로 우리만 못하고 있는 것은 너무 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4면이 바다인데, 망둥어를 잡기위해 낚시도 할 수 없는 것이 이곳의 현실이라는 것이다.

고려 개성의 관문이었던 벽란도가 현재 중립국 수역으로 유엔이 관할하고 있는데, 남북회담 및 북미회담 등을 통해 국제도시로 성장하는 계기가 마련됐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교동대교를 들어오는 민통선 길목에는 무장한 군인이 버스에 올라 신분증을 요구하는 등 삼엄한 경계가 여전해 민통선 지역의 주민들의 불편한 삶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민통선 지역은 통일에 대한 기대감으로 1개월전부터 땅값이 오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평당 7만원 수준이던 논이 10만원대로 치솟고 있는 것이다. 교동도의 경우 65% 이상이 외지인 소유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60대 주민은 “안개가 많아 북한이 보이지 않아 아쉽다”며 “농토가 부족한 북한에게는 교동도 앞 연백평야에서 나오는 쌀이 효자역할을 할 것”이라며 “연백평야에 살고 있는 외가의 후손들을 만날 날도 머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정부에서 교동평화산업단지를 추진하겠다는 정책을 제시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쉽게 되겠느냐”는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그것보다는 젊은이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을 할 수 있는 기업이 들어오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면사무소 관계자는 “철책선이 없는 석모도처럼 철책부터 없애고, 교동대교 입구에서의 검문이 없어져야 관광객들이 찾아와 교동도의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기장 강화교동해풍쌀영농조합법인 대표(이장 대표)는 “정부가 양곡수매를 통해 북한에 남는 쌀을 보내주는 것부터 해야 한다”며 “그래야 남북이 모두 살 수 있다”고 제언했다.

교동농협 앞 조씨짜장면집 주인은 “한때 북한말로 서슬퍼런 방송을 하던 북한대남방송도 최근에는 우리나라 노래를 들려주더니 마침내 며칠전부터 갑자기 조용해졌다”며 “교동도에는 나오는 농산물로 맛있는 중화요리를 해줄테니 언제든지 와달라”고 말을 걸어왔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