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27일 오전 정상회담에는 북측에서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과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배석했다. 남측에서 임종석 비서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이 배석했듯이 김 위원장도 최측근 두 사람을 대동했다. 이 자리에서 김영철 부장은 ‘필기맨’ 역할을 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발언할 때마다 그의 펜은 바빠졌다.
오전 10시15분 판문점 평화의집 2층 회담장에 도착한 두 정상은 출입문에 들어서면서 금강산 그림 그려져 있는 단상에 오르자 행사진행자가 "기념촬영 하겠습니다. 금강산 그림 앞에서"라고 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그림 앞에서 악수하는 포즈로 촬영을 마치자 김영철 부장은 먼저 박수를 치며 주변 남북 관계자들의 박수를 유도했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악수만 가지고 박수를 받으니까 쑥스럽네요”라고 말해 참석자들은 또 한 번 웃음을 터뜨렸다. 이어 김 위원장이 “(이러면) 관례가 달라지는 거예요. 원래 북남은 전통적으로 회담장 안에서 악수를 했단 말이에요”라고 하자 다시 웃음이 나왔다. 남측 수행원이 "회담장 공간이 작아서 그렇다"는 취지로 짧게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촬영을 맡은 이들을 향해 "잘 연출됐습니까?"라며 여유 있게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두 정상과 수행원들이 회담 테이블에 착석한 뒤 김정은 위원장이 먼저 모두발언을 시작했다. 그러자 김여정 제1부부장이 메모를 시작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꼼꼼히 적어 나갔다. 이어 문 대통령이 발언할 때는 김영철 부위원장이 펜을 들었다. 서로 역할 분담을 한 듯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모두발언을 하면서 자유로운 몸짓을 선보였다. 문 대통령과 임종석 실장은 만면에 미소를 띠고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했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계속 눈을 맞췄다. 김정은 위원장이 평양냉면을 가져왔다고 말할 때 문 대통령은 환하게 웃었다. 이어 문 대통령이 모두발언을 하며 "통 크게 대화를 나누자"고 하자 김영철 부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를 메모지에 적었다.
판문점 공동취재단,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