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최정예 경호부대 요원들이 판문점에 양복 차림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지근거리에서 밀착경호하며 ‘그림자’처럼 활동했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서울에 왔을 때 한 치도 떨어지지 않고 곁을 지켰던 장신의 경호원 2명은 이번에도 판문점에서 김 위원장과 김 부부장을 수행했다.
판문점 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은 모두 세 차례 의전·경호·보도 분야 실무회담을 가졌다. 남측에선 청와대의 윤건영 국정상황실장, 조한기 의전비서관, 권혁기 춘추관장, 신용욱 경호차장 등 5명이 나섰고, 북측에선 김창선 노동당 서기실장을 수석대표로 김병호 선전선동부 부부장, 김철규 963부대장, 마원춘 국무위 설계국장, 신원철 974부대장, 이현 통일전선부 과장, 노경철(직위 미상) 등 7명이 참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에선 최고지도자의 영상(이미지)과 신변안전 보호는 어느 것에도 양보할 수 없이 중하게 다룬다”며 “이번에 7명씩이나 나와 꼼꼼하게 점검하는 모습이 북한 체제의 속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3월 2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혈맹이라는 중국을 방문하면서 열차에 방탄 기능이 있는 전용차량(벤츠 가드)을 싣고 간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무회담에 나온 북측 인사들도 김 위원장 경호 분야의 최고 핵심들로 짜여졌다. 마원춘은 북한에서 ‘기념비적 대상’이라 부르는 대규모 건축물이나 김정은의 지시로 건설하는 시설을 전담한다. 김정은 일가가 사용하거나 방문하는 시설을 사전에 점검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특히 지형지물이나 건물의 유리창 등을 살펴보고 경호와 동선을 점검한 뒤 서기실(비서실), 경호책임자와 상의하는 것도 그의 업무다.
김정은의 경호를 맡은 책임자들이 직접 회담에 나선 것도 이례적이었다. 현역 장성인 김철규와 신원철은 각각 김정일의 외곽과 근접 경호를 책임지고 있다. 김철규가 이끄는 963부대는 10만명 이상의 엘리트 병력으로 구성됐으며, 김정은이 방문할 예정 지역에 미리 병력을 보내 수색하고 당일에는 외곽 경계를 맡는다.
신원철의 974부대는 3000여명 규모로, 김정은을 따라 다니면서 가까운 거리에서 경호한다. 북한 언론이 공개하는 사진 가운데 김정은을 등지고 서 있는 군인들은 거의 대부분 974부대 병력이다.
전직 합참 고위 간부는 “북한은 며칠 전부터 기존에 판문점에서 근무하던 병력 대신 963부대원들을 투입했을 것”이라며 “당일에는 북한 내부에서보다 더욱 철저하게 경호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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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지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