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정상회담을 위해 휴전선을 넘기로 예정됐던 시각은 오전 9시30분이다. 15분 일찍 시작되긴 했지만, 의장대 사열·기념식수·산책·환담 등 식전 행사를 마치고 오전 10시30분 회담을 시작하기로 했다. 정전 이후 첫 북한 지도자의 휴전선 통과 시간과 회담을 시작하는 시간은 어떻게 정해졌을까.
북한 전문가들은 정상회담의 시간 결정에 상징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에서 열리는 주요 행사의 경우 정시에 시작하는 게 일반적이다. 판문점 남측 지역에서 열린 대부분의 남북회담도 오전 10시에 시작했다. 또 국제적으로 개최지의 시간에 맞추는 것도 관례다. 그럼에도 이번 정상회담에서 9시30분, 10시30분 등 ‘30분’에 주요 행사를 시작하기로 한 것은 북한의 표준시간을 고려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원래 한국과 표준시간이 같았지만 2015년 8월15일부터 한국(서울시간)보다 30분 늦은 시각을 표준시간으로 바꿨다. 표준시는 1908년 대한제국부터 시행됐다. 1912년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에 의해 대한제국표준시(동경 127도 30분)에서 일본표준시(동경 135도)로 변경됐다. 1954년 이승만 정부 때 다시 대한제국표준시로 회복했지만 1961년 박정희 군사정부의 쿠데타 후 일본표준시로 재변경됐다.
북한은 2015년 8월 15일, 광복절을 맞아 다시 대한제국의 표준시로 시각을 변경했지만 남한은 여전히 일본시인 동경 135도를 쓰고 있다. 북한 표준시간대로라면 김정은이 오전 9시 휴전선을 넘고, 오전 10시에 정상회담을 시작하는 셈이다. 즉 북한 기준으로 하면 정시에 일정이 시작된다.
북한이 정상회담 장소는 남측 지역에서 하더라도, 시간만은 자신들에게 맞추겠다고 요구했을 수도 있고, 한국이 북한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양보했을 가능성도 있다. 정부 당국자는 정상회담 일정과 관련해 “실무차원에서 오간 얘기를 자세히 밝히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오전 회담이 종료되면 두 정상은 별도로 점심을 먹고 휴식시간을 가진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수행원 없이 오로지 둘이서만 담소를 나누며 약 50m 길이의 다리를 산책한 뒤 다시 평화의 집으로 이동해 오후 회담을 갖는다. 오후 회담에서는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김 위원장의 의지와 구체적인 실행 로드맵에 대한 심도 깊은 대화가 이뤄질 전망이다.
이현지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