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남북정상회담의 오전 회담이 1시간40분 만에 종료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점심식사와 휴식을 위해 판문점 북측 구역으로 돌아갔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각각 식사를 한 뒤 오후 기념식수 행사 때 다시 만난다.
오전 회담은 예상과 조금 다른 형태로 진행됐다. 양측 공식 수행원 가운데 2명씩만 배석했다. 남측은 수행원 7명 중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북측은 김영철 통일전선부장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함께했다.
통상 확대정상회담을 먼저 하고 단독정상회담을 이어가는 정상외교 방식과는 달랐다. 3대 3 회담은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단독정상회담에 가깝다. 배석자도 모두 최측근이면서 이번 회담의 막후에서 활동한 핵심인사였다.
3차 남북정상회담의 최대 목표인 ‘비핵화’ 문제가 이 자리에서 논의됐을 가능성이 크다. 중요하고 내밀한 이야기를 먼저 마무리한 다음 종전과 남북관계 의제로 범위를 넓혀 가는 수순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오전 회담이 잘 마무리됐다면 ‘핵심 합의’는 이미 도출됐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관측해볼 수 있다.
이는 김정은 위원장의 ‘스타일’과도 어울리는 상황이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대북 특사단을 평양에서 만난 김정은 위원장은 이들과 4시간 동안 만찬을 했다. 하지만 발표된 공동보도문 내용은 김정은 위원장이 특사단과 마주앉자마자 모두 꺼내놓은 것이었다고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을 먼저 정리한 뒤 주변 의제를 챙겨나가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정상회담은 파격적인 장면을 잇따라 연출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첫 대면부터 예상치 못한 장면을 연출했다. 오전 9시28분 모습을 드러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비롯한 공식 수행원, 경호원 등 총 20여명과 판문각 계단을 걸어 내려왔다.
김 위원장은 군사분계선 인근에 선 문재인 대통령을 보자 활짝 웃으며 다가와 곧장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고 가볍게 대화를 나눴다. 이후 갑작스레 문 대통령에게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쪽 땅을 밟을 것을 제안했다. 문 대통령이 즉시 응하지 않자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손을 잡고 직접 북쪽으로 이끌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오른발을 뻗어 군사분계선을 넘어갔고, 김 위원장과 분계선 북쪽에서 다시 악수를 나눴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후 다시 돌아서서 손을 맞잡은 채 나란히 걸어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쪽으로 돌아왔다. 예상치 못한 장면을 지켜보던 수행원들은 일제히 박수를 보냈다. 파격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국군 의장대 사열을 받은 뒤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평화의 집으로 안내하려 하자 김 위원장은 무언가를 문 대통령에게 제안했다. 문 대통령이 이를 흔쾌히 받아들인 듯 두 정상은 수행원들을 향해 되돌아갔다. 그리고 남북 수행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애초 두 정상이 국군 의장대 사열을 마치고 양측 수행원을 각각 소개한 뒤 곧바로 평화의 집으로 향하는 일정이었다.
두 정상은 이후 오전 9시42분께 평화의 집에 도착, 사전환담을 거쳐 정상회담을 시작했다. 당초 예정된 시간보다 15분가량 앞선 오전 10시15분께 판문점 남측 지역 평화의 집 2층 정상회담장에서 2018 남북 정상회담을 시작했다.
회담장에 마련된 라운드형 중앙 테이블 왼편에는 문 대통령을 중심으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위원장이 배석했다. 테이블 오른편에는 김 위원장과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김여정 당중앙위 제1부부장이 자리했다. 양 정상이 모두발언을 하는 동안 배석자들은 시종일관 고개를 끄덕이고 미소를 지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먼저 김 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자 문 대통령과 임 비서실장은 내내 미소를 지었고 중간 중간 고개를 끄덕였다. 김 위원장이 "대통령께서 편한 마음으로 멀리서부터 가져온 평양냉면을, 멀다고 하면 안 되겠구나.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문 대통령이 모두발언을 하는 동안 김 위원장도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했다. 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의 용단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하고 싶다"고 말하자 김 위원장이 활짝 미소를 지었다. "오늘 우리 대화도 통 크게 대화 나누자"고 언급할 때는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문 대통령이 "10년 동안 기다려온 만큼 충분한 얘기할 수 있길 바란다"고 하자 김 위원장이 미소 지으며 소리 내 웃었다.
김여정 당중앙위 제1부부장은 김 위원장이 발언하는 동안 줄곧 파란색 표지와 하얀색 속지의 수첩을 꺼내 무언가를 기록했다. 문 대통령이 발언하는 동안에는 손을 무릎 위로 올려놓고 경청하는 모습을 보였다.
양 정상의 모두발언이 끝나자 김 위원장은 "이야기를 할 건데 기자분들이"라고 언급했고 문 대통령도 "자 이야기를 할 수 있게(자리를 피해 달라)"라고 입을 뗐다. 회담은 오전 10시22분께 비공개로 전환됐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