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꼬대”라더니 현실로… 신의 한 수였던 ‘베를린 구상’

입력 2018-04-27 11:43
베를린시청에서 연설중인 문재인 대통령_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7월 독일 베를린에서 대북 정책 구상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당시 한반도의 냉전구조 해체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5대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이를 실천할 돌파구로 남북대화 재개와 이산가족 상봉 등 ‘4대 실천 과제’를 북한에 제안했다.

◆ 베를린 구상에 “잠꼬대”라던 北

문 대통령은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해 ▲북한 붕괴, 흡수통일, 인위적 통일을 배제한 평화 추구 ▲북한 체제의 안전을 보장하는 한반도 비핵화 추구 ▲남북 합의 법제화 및 종전선언과 관련국이 참여하는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남북 철도연결, 남·북·러 가스관 연결 등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정치·군사적 상황과 분리된 비정치적 교류협력 지속 등을 골자로 한 5대 대북정책 기조를 제시했다.

이를 토대로 먼저 쉬운 일부터 시작하자며 ▲10월 4일 이산가족 상봉 및 성묘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군사분계선에서의 적대행위 중단 ▲남북대화 재개를 제안했다.

북한의 반응은 냉담했다. 베를린 구상 발표 뒤 노동신문은 “잠꼬대 같은 궤변”이라고 비난했다. 신문은 “베를린 구상 내용은 외세에 빌붙어 동족을 압살하려는 대결의 저의가 깔려 있다”며 “조선반도의 평화와 북남관계 개선에 도음은커녕 장애만을 덧쌓는 잠꼬대 같은 궤변들만 열거돼 있다”고 했다. 이어 “독일 통일이란 다름아닌 전형적인 흡수통일이며 이러한 방식을 우리나라 통일에 적용해야 한다는 망발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 ‘평창 구상’의 기반이 된 ‘베를린 구상’

결국 북한은 ‘베를린 구상’ 발표 직후 ICBM급 화성-14형을 추가발사했다. 2017년 8월 북미 간 ‘화염과 분노’ ‘괌 포위사격’과 2017년 9월 유엔총회 계기 2차 말폭탄으로 ‘한반도 위기설’이 고조됐고, 북한은 이에 6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북한이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며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과 ‘베를리 구상’은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포기하지 않았다. 베를린 구상을 기초로 ‘평창 구상’을 밀어 붙였다. 2017년 11월 국회 시정연설에서도 ▲한반도 무력충돌 불가 ▲한반도 비핵화 ▲남북문제 주도적 해결 ▲북핵문제 평화적 해결 ▲북한 도발 단호한 대응 등 다섯 가지 원칙을 강조했다. 또 유엔총회 기조연설 등에서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이끌어 평창올림픽을 ‘평화 올림픽’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평창을 북핵 돌파구로 삼겠다는 것이었다.

결국 북한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월 1일 신년사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와 대표단 파견 등을 시사해 남북관계 개선을 신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신년사가 나온 지 하루 만에 북측에 판문점 연락채널 개통과 남북 고위급 회담을 제안했다.

북한이 회담 개최에 동의하자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 한미 연합훈련을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로 연기했다. 이후 1월 9일 남북 고위급 회담을 계기로 남북은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군사적 긴장상태 완화, 남북 교류 협력 활성화, 기존 남북선언 존중 등의 내용을 담은 공동보도문을 채택했다.

이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단장으로 한 대북특사단은 지난 3월 9일 미국으로 가 트럼프 대통령을 접견하고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고 싶어한다”는 깜짝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5월 만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27일 열리고 있는 남북정상회담은 ‘베를린 구상’에서 시작됐다. ‘잠꼬대’라 비난하던 북한의 최고지도자는 군사분계선을 스스로 넘어와 “평화의 시대”를 말했다. 세계의 눈이 한반도에 쏠려 있는 지금, 베를린 구상은 북미정상회담의 성공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으로 이어지는 중대한 전환점에 놓였다.










박재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