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이후 치러질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과 북한의 대화 기류가 조성된 가운데 북한에 억류됐다가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모가 북한 정부을 미국 법원에 고소했다.
26일(현지시간) 폴리티코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웜비어의 부모 프레드와 신시아 웜비어는 이날 콜럼비아 지방 법원에 22쪽 분량의 소장을 제출했다. 여기에는 “북한 정부가 22세 아들을 인질로 삼은 뒤 그가 저지르지 않은 범죄를 자백하도록 강요하고 뇌사 상태로 미국에 돌려보냈다”는 주장이 담겼다. 또 “아들이 북한 정권의 고문과 극단적인 정서적 학대, 정신적 외로움 등 기타 학대를 견디다 숨졌다”는 호소문도 발표했다.
웜비어는 2016년 1월 북한의 양각도 국제호텔에서 정치 선전물을 훔치려고 한 혐의로 체포됐다. 같은 해 3월 반국가 범죄 혐의로 재판을 받고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 받았다. 이어 지난해 6월 13일 억류된지 18개월 만에 혼수상태로 석방됐다. 미국으로 돌아온 웜비어는 석방 6일 째인 같은달 19일 미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병원에서 숨졌다.
북한 당국은 웜비어가 식중독균인 보툴리누스균에 감염돼 앓고 있다가 수면제를 복용한 후 혼수상태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웜비어 부모는 아들이 북한에서 정신적, 신체적으로 학대 당했기 때문에 사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 의료진은 웜비어가 심각한 뇌손상을 입은 것을 확인했지만 신체적 학대에 의한 것인지는 밝혀내지 못했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미국은 북한 정권의 잔혹한 행위를 규탄한다”며 “법치주의나 인간의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않는 정권의 손에 무고한 사람들이 넘어가지 않도록 하겠다는 결의를 다진다”고 밝혔다.
한편 북미정상회담은 5월 말에서 6월 초 사이에 치러질 예정이다. 회담에서 미국이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등에 대한 인권 문제를 제기해 북한에 포괄적인 해결을 요구할 방침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문지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