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또 ‘남한 분위기’를 언급했다. ‘평양 냉면’과 관련된 발언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남측 특사단이 평양을 찾았을 때도 “한국 언론이나 외신의 평가를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오전 10시15분쯤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사전 환담을 나눴다. 김 위원장은 “분리선이 사람이 넘기 힘든 높이로 막힌 것도 아니고 너무나 쉽게 넘어오는 자리까지 11년이나 걸렸다”면서 “정말 만감이 교차하며 200m 정도를 걸어왔다”고 했다. 이어 “오늘 좋은 결과 만들겠다는 걸 문 대통령 앞에서도 말씀드리고 기자 여러분께도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환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이어졌다. 돌연 폭소가 터진 순간도 있었다. 김 위원장이 저녁 만찬 메뉴를 언급했을 때다. 김 위원장은 “오늘 만찬 음식 가지고 많이 얘기 하던데”라며 “어렵사리 평양 냉면을 가져왔다. 문 대통령께서 편한 마음으로 맛있게 드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24일 만찬 메뉴가 공개된 뒤 크게 화제가 됐던 한국 분위기나 언론 보도를 봤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날 저녁 만찬 메뉴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 힘쓴 국내 인사들의 발자취를 담아 준비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 고향인 신안 가거도 민어와 해삼초를 이용한 ‘민어해삼편수’,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 김해 봉화마을에서 오리 농법 쌀로 지은 밥 등이다. 주메뉴는 평양 옥류관 냉면이다. 문 대통령이 먼저 제안했고 북측에서 흔쾌히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은 옥류관 수석요리사를 판문점으로 파견하고 옥류관 제면기를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 설치했다. 통일각에서 갓 뽑은 냉면이 만찬장인 남측 지역 평화의집으로 곧장 배달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남측 예술단이 평양에서 공연을 열었을 때도 한국 언론을 언급했다. 그는 당시 그룹 레드벨벳을 만난 자리에서 “내가 레드벨벳을 보러올지 관심들이 많던데”라고 말했다. 레드벨벳 멤버 예리는 이후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한국 언론을 봤다’고 했다”고 전했다. 앞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정원장 등 대북 특사단을 만났을 때는 김 위원장이 “나에 대한 이미지를 잘 알고 있다”며 “여러분의 고충을 이해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담은 예정 시간인 10시30분보다 15분 당겨 시작됐다. 오전 정상회담이 끝난 뒤에는 양측이 별도의 오찬과 휴식시간을 갖고 공동기념식수행사, 도보다리 친교 산책 등 오후 일정을 이어간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