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도 처음이라… 조중통 ‘김정은 동선’ 공개했다 삭제 소동

입력 2018-04-27 10:51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는 가운데, 북한 매체들도 잇따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남을 보도하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이 11년이라는 긴 시간 만에 성사된 탓에 일부 동선은 공개했다가 삭제하는 등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27일 오전 10시15분부터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정상회담을 시작했다. 오전 10시30분으로 예정됐으나 15분 앞당겨졌다.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의 판문점 일정을 미리 보도하기도 했다. 최고지도자의 동선을 노출하길 꺼리는 북한이 김 위원장의 일정을 앞서 나가 보도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특히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기념식수를 하시고 역사적인 판문점회담 결과를 발표하시게 되며 문재인 대통령이 주최하는 만찬에 참석하신 후 평양으로 돌아오시게 된다”고 전했다. 하지만 잠시 뒤 이 문장을 뺀 기사를 새로 송고했다.

이는 김 위원장의 동선을 지나치게 구체적으로 노출했다고 판단해 삭제한 것으로 보인다. 비슷한 시각에 나온 노동신문 기사 역시 해당 문구가 빠진 채 1면 최상단에 배치됐다.

앞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9시30분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에서 처음 만났다. 콘크리트로 된 5㎝ 높이의 군사분계선 경계석을 사이에 두고 악수를 나눴고 사진을 찍었다.

김 위원장은 발걸음을 옮겨 남측으로 넘어왔다.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을 위해서였다. 1953년 분단 이후 북한 최고지도자가 남한 땅을 밟는 것은 처음이었다.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1차 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에 방문한 지 18년 만의 답방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 대통령의 ‘방북’도 이뤄졌다. 김 위원장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으로 다녀오지 않겠냐고 즉석 제안한 것이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손을 잡고 5㎝ 경계석을 넘어 북측 땅을 밟았다. 이로써 문 대통령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북한을 ‘방문’한 세 번째 대통령이 된 셈이다.

검은색 인민복을 입고 검은 뿔테 안경을 쓴 채 등장한 김 위원장의 첫 인사는 “반갑습니다”였다. 김 위원장은 함께 방남한 북측 인사들 정 가운데에서 천천히 계단을 내려왔다. 여동생 김여정 제1부부장은 회색 정장을 입은 채 김 위원장의 뒤쪽에 위치했다. 문 대통령 손을 맞잡은 김 부부장도 환하게 웃으며 “반갑습니다”라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