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의장대 사열 때 ‘경례’ 안한 까닭… 외교 관례 따른 것

입력 2018-04-27 10:47 수정 2018-04-27 11:07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오전 판문점에서 사열을 받고 있다. / 사진 = 뉴시스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27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판문점에서 우리 군 의장대를 사열했다. 의장대 사열은 정상외교의 대표적 의전행사다. 서로 상대국을 군사적 주권국가로 존중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북한에서 열린 지난 2차례 정상회담 때도 김대중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북한군 의장대를 사열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의장대 앞을 걸으며 문 대통령과 조금 다른 모습을 보였다. 의장대 앞을 지나면서 손을 올려 경례를 받아준 문 대통령과 달리 김 위원장은 두 팔을 내린 채 걸음을 이어갔다. 경례 자세를 한 번도 취하지 않았다. 이는 국제 외교무대에서 통용되는 의장대 사열 관례에 따른 것이었다.

군 의장대 사열은 방문 인사에게 경의를 표하는 의식으로 행해진다. 군악이 울리면 행사 주최국 지도자가 국빈과 함께 집총 자세로 선 의장대 앞을 지나가는 방식이다. 북측은 2000년과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남측 대통령을 인민군 의장대 사열로 맞이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0년 방북 때 평양 순안공항에서 북한 인민군 의장대를 사열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7년 방북 때 평양 4·25 문화회관 앞 광장에서 의장대 사열을 했다.

사진 = YTN 방송화면 캡처

외빈을 맞는 의장대는 자국기와 자국 군기만 든다. 외빈 측 국기는 들지 않는다. 따라서 사열을 지켜보는 외빈은 사열 중 어떤 경우에도 예를 표하지 않는다. 사열을 진행하는 측 지도자(이번 경우에는 문 대통령)와 의장대장은 기수대 앞을 지날 때 걸어가며 거수로 국기에 대해 경례를 한다. 자국기에만 예를 갖추는 것이다.

이는 악수 등 상호작용이 있을 때엔 적용되지 않는다. 이번 경우에도 사열식이 끝난 뒤 문 대통령과 악수를 나눈 북측 인사들은 모두 경례를 하는 등 예를 갖췄다.

국방부는 지난 25일 “한반도 평화 정착과 남북 간 신뢰 회복을 위한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남북 정상에 대한 예우를 갖추는 의미로 3군(육·해·공군) 의장 행사를 지원할 예정”이라며 “의장대 사열은 판문점이라는 지형적 제한 사항을 고려해 축소된 의장 행사로 실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의장대 사열은 예포 발사와 국가 연주, 국기 게양 등의 의전이 생략된 형태로 진행됐다.

한편 김 위원장이 우리 의장대를 사열하는 데 반대하는 목소리도 컸다. 6·25전쟁을 일으킨 장본인이자 현재 우리 대한민국의 청년들이 군대에서 꽃 같은 청춘을 보내게 만든 자의 손자인 김 위원장에게 우리 군이 의장대 사열이라는 전군 최고의 예우를 다한 환영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김종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