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분계선 경계석 5㎝… 넘나드는 데 걸린 시간 65년

입력 2018-04-27 10:27 수정 2018-04-27 10:51
이병주 기자

남북 정상이 만났다. 남한에서도 만났고, 북한에서도 만났다. 5㎝ 높이의 경계석을 서로 넘나드는 데 65년이 걸렸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7일 오전 9시30분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에서 처음 만났다. 콘크리트로 된 5㎝ 높이의 군사분계선 경계석을 사이에 두고 악수를 나눴고 사진을 찍었다.

김 위원장은 발걸음을 옮겨 남측으로 넘어왔다.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을 위해서였다. 1953년 분단 이후 북한 최고지도자가 남한 땅을 밟는 것은 처음이었다.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1차 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에 방문한 지 18년 만의 답방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 대통령의 ‘방북’도 이뤄졌다. 김 위원장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으로 다녀오지 않겠냐고 즉석 제안한 것이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손을 잡고 5㎝ 경계석을 넘어 북측 땅을 밟았다. 이로써 문 대통령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북한을 ‘방문’한 세 번째 대통령이 된 셈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첫 마디는 “반갑습니다”였다. 김 위원장은 검은색 인민복을 입고 검은 뿔테 안경을 쓴 채 등장했다. 김 위원장은 함께 방남한 북측 인사들 정 가운데에서 천천히 계단을 내려왔다. 여동생 김여정 제1부부장은 회색 정장을 입은 채 김 위원장의 뒤쪽에 위치했다.

김 위원장과 문 대통령은 마주서서 악수를 나누었다. 김 위원장은 “반갑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냈다. 이들은 손을 잡은 채로 한참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다 김 위원장이 돌발 제안을 했다. 문 대통령 손을 잡고 북측 군사분계선을 넘어간 것은 남한과 북한의 경계를 없애자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도 문재인 대통령과 다시 만났다. 문 대통령 손을 맞잡은 김 부부장도 환하게 웃으며 “반갑습니다”라고 말했다.

김여정 부부장은 남북 정상회담 북한 공식 수행단 일원으로 판문점을 찾았다.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 북측 고위급 대표단으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과 함께 방남해 화제를 모았다. 당시 문 대통령과 평창 올림픽 개회식을 함께 지켜봤고, 북한 삼지연관현악단 서울 공연도 함께 관람했다.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을 접견하고 김 위원장 특사자격으로 평양 초청 친서를 전달했다.

김여정은 방남 당시 세련되고 도도한 이미지로 관심을 집중시켰다. 턱을 약간 들어올리고 미소를 짓는 표정을 선보여 당당함을 드러냈다. 독특한 글씨체도 화제였다. 문 대통령 예방 당시 청와대 방명록에 ‘평양과 서울이 우리 겨레의 마음속에서 더 가까워지고 통일 번영의 미래가 앞당겨지기를 기대합니다’라고 적었다.

김여정은 북으로 귀환하며 문 대통령 손을 꼭 잡고 “꼭 평양에 오세요”라고 손을 꼭 잡고 작별인사를 나눴다. 김 위원장 특사 자격으로 남북 대화의 물꼬를 텄던 김여정은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문 대통령에게 각별한 친밀감을 드러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