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7일 오전 9시30분 예정된 시간에 맞춰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에 모습을 드러냈다. 1953년 한국전쟁 휴전 이후 65년 만에 우리 영토를 밟은 첫 북한 정상이다. 김 위원장은 군사정전위원회 본회의실(T2)과 소회의실(T3) 사이의 MDL을 도보로 넘어 나타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3분쯤 먼저 나와 기다렸다. 두 정상은 수행원 없이 마주해 악수를 나눴다.
김 위원장은 흰색 줄무늬가 들어간 검은색 인민복을 입고 등장했다. 인민복 중에서도 예복에 해당하는 ‘닫긴 옷’을 입었다. 깃이 목까지 올라가는 단추 5개짜리 의상이다. 사회주의의 상징으로 꼽힌다.
김 위원장은 외교 무대에서 늘 인민복을 착용했다. 평양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대북특사를 만날 때, 우리측 예술단의 평양 공연을 볼 때, 베이징에서 시 주석을 만날 때 모두 인민복을 입었다.
부친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앞서 있었던 두 차례 정상회담에서 모두 인민복을 입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2000년 1차 정상회담에서는 닫긴 옷을 입었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2007년 2차 정상회담에서는 짙은 베이지색 야전 점퍼를 입었다.
앞서 김 위원장이 양복을 입을지도 모른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부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달리 종종 양복을 입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할아버지 김일성 좋아했던 은색 양복을 즐겨 착용했다. 김 위원장은 2012년 제1위원장 추대 행사, 2016년 노동당 대회, 육성을 신년사를 발표했던 올해 1월 1일에도 양복을 입었다.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건넨 첫인사는 “반갑습네다”였다. 먼저 손을 내밀어 악수를 건네는 등 친밀한 모습을 보였다. 김 위원장이 내민 손을 잡고 두 정상은 두보 정도 함께 나란히 걸었다. 김 위원장은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두 남녀 아이가 꽃다발을 건네자 활짝 웃으며 아이들의 어깨를 차례로 두드렸다. 이어 전통의장대 호위를 받으며 자유의 집과 평화의 집 사이에 있는 판문점 광장까지 걸어가면서도 연신 미소를 보였다.
두 정상은 오전 10시30분부터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시작할 예정이다. 오전 정상회담이 끝난 뒤에는 양측이 별도의 오찬과 휴식시간을 갖고 공동기념식수행사, 도보다리 친교 산책 등 오후 일정을 이어간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