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은 분단의 역사를 넘어 평화의 길을 열어가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남북 정상의 역사적 하루는 첫 만남부터 마지막 환송까지 상징적인 일정으로 채워져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에서 처음 만난다. 북측 최고지도자 중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쪽 땅을 밟는다.
남북 정상은 오전 정상회담을 마치고 오찬을 한 뒤 배석자 없이 도보다리 산책에 나선다. 이 장면은 정상회담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임종석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은 26일 일산 킨텍스 메인 프레스센터 브리핑에서 “비핵화 등 핵심 의제는 남북 정상의 몫으로 고스란히 남았다”고 밝혔다. 정상들이 결정할 사항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남북 정상의 도보다리 산책에서 역사적인 결정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두 정상은 다리 위에서 오찬 메뉴와 판문점 경치부터 오전 정상회담 후기, 한반도 의제까지 여러 의견을 나눌 것으로 보인다. 다리 끝에는 의자와 탁자가 있어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앉아서 깊이 있는 대화를 할 수 있다. 도보 다리는 이번 남북 정상회담의 사실상 유일한 친교행사로 허심탄회한 대화가 오갈 수 있다. 수행원 등 배석자 없이 남북 정상이 독대한다는 점에서 비핵화 도출 등 결단을 주고받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도보 다리를 거닌 뒤 평화의집으로 돌아가 오후 정상회담을 이어간다. 두 정상이 도보다리 산책에서 공유한 분위기는 오후 정상회담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임 준비위원장도 브리핑에서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도보다리까지 양 정상이 친교 산책을 하면서 담소를 나눌 예정”이라며 “도보다리 확장 공사를 진행했고, 확장된 부분이 군사분계선 표식이 있는 곳까지 연결되어 있다. 두 정상이 그 부분까지 산책을 하게 될지 저도 궁금하다”고 기대했다.
노무현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은 27일 오전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도보다리 산책에 대해 “정상회담의 하이라이트”라고 했다. 그는 “2000년 1차 정상회담 때 김대중 대통령이 갑자기 김정일 위원장 차에 동승해 갖가지 억측이 난무했지만 그게 중요하다”며 의미 부여를 했다. 정 의원은 또 “일정에서 합의문 서명과 만찬이 있는데, 비핵화 명문화가 합의문의 핵심인데 이미 돼 있다는 얘기”라며 정상회담 성공을 확신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