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7일 오후 판문점 ‘도보다리'를 나란히 거닐며 산책을 한다. 친교를 위한 이 산책은 차라리 ‘도보다리 회담’에 가깝다. 다리를 걸어 끝까지 가면 의자와 탁자가 놓여 있다. 두 정상이 여기에 앉아 둘만의 대화 시간을 갖게 된다. 속내를 털어놓고 이야기하기에 가장 적합한 시간이 이곳에 마련됐다.
도보다리는 회담이 이뤄지는 평화의 집과 중립국감독위원회 건물 사이에 놓인 약 50m 길이의 작은 다리다. 원래는 성인 2명이 나란히 지나가기 어려울 정도로 좁고 낡았었지만 이번 회담을 앞두고 다리 폭은 넓히고, 길이를 군사분계선 표식까지 확장하는 공사를 했다.
도보다리 회담은 오전 정상회담을 마치고 오후 정상회담을 시작하기 전에 이뤄진다. 오전 정상회담 후기, 한반도 의제 뿐만 아니라 판문점 경치나 오찬 메뉴 등에 대한 이야기도 오갈 것으로 보인다. 이번 남북회담은 하루만 진행되기 때문에 별도 일정을 추진하기가 어려웠다. 도보다리 회담이 사실상 유일한 친교행사인 셈이다. 수행원이 따라붙지 않기 때문에 두 정상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임종석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은 26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의 메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이 다리의 확장된 부분에 위치한 군사분계선 표식 바로 앞까지 남북 정상이 함께 찾아간다는 것 자체가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오고, 협력과 번영의 시대를 맞는다는 큰 의미를 지니게 될 것”이라며 “도보다리는 이번 남북 정상회담의 슬로건인 ‘평화, 새로운 시작’ 그 자체를 상징하는 역사의 현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