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오전 8시 靑 출발” “김정은, 새벽 평양 출발”… 판문점으로

입력 2018-04-27 07:51

역사적 남북정상회담을 하게 될 두 정상이 나란히 판문점을 향해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전 8시 청와대에서 출발한다고 밝혔고, 북한 조선중앙통신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새벽에’ 평양을 출발했다고 전했다.

◆ 조중통 “최고령도자 동지, 문재인 대통령과 기념식수”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아침 출입기자단 문자메시지를 통해 "문 대통령은 오전 8시 청와대에서 출발한다"며 "별도의 성명 발표는 없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경호 차량을 통해 판문점까지 이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10월 제2차 남북 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오전 7시30분께 청와대를 나서면서 대국민 메시지를 밝힌 바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선’을 이례적으로 긴급 타전했다. 정상회담이 남측 지역에서 열린다는 사실과 문재인 대통령과의 기념식수, 만찬 등의 일정도 비교적 자세히 공개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 부인 이설주 여사의 동행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중앙통신은 이날 이른 아침에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새벽에 평양을 출발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북남수뇌상봉과 회담은 민족분단사상 처음으로 남측 지역에서 진행된다”고도 전했다.

중앙통신은 이어 "최고령도자 동지께서는 27일 오전 9시(평양시·한국시간 오전 9시30분) 판문점분리선을 넘으시어 문재인 대통령과 상봉하시고 역사적인 회담을 하시게 된다"며 "김정은 동지께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북남관계를 개선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통일, 통일을 이룩하는 데서 나서는 제반 문제들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하시게 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최고령도자 동지께서는 북남 수뇌상봉과 회담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과 기념식수를 하시고, 역사적인 판문점회담 결과를 발표하시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주최하는 만찬에 참석하신 후 평양으로 돌아오시게 된다"고 덧붙였다.


◆ 군사분계선에서 ‘악수’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53년 6·25전쟁 정전(停戰) 이후 처음으로 판문점 남측 지역에서 만난다. 두 정상은 ‘평화와 번영’ 키워드 아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구축 방안을 광범위하게 논의하게 된다. 6월 초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비핵화 로드맵 합의 도출을 위한 담판을 벌일 전망이다.

남북 정상은 27일 오전 9시30분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에서 처음 대면한다. 김 위원장은 판문점 군사정전위원회 본회의실(T2)과 소회의실(T3) 사이의 MDL을 넘어 남쪽 땅을 처음 밟는다. 문 대통령은 MDL에 미리 나가 김 위원장을 맞는다.

두 정상은 오전과 오후에 정상회담을 하고 만찬을 함께한다. 오후에는 함께 소나무 기념식수와 산책도 할 예정이다. 회담이 종료되면 합의문에 서명하고 이를 발표한다. 합의 내용에 따라 양 정상이 함께 발표할지, 합의문에 서명만 한 뒤 각각 발표할지 결정된다.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인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26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 프레스센터 내외신 합동 브리핑에서 “이번 정상회담은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이라는 핵심 의제에 집중된 회담”이라며 “북한의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고도로 발전한 이 시점에 비핵화 합의를 한다는 것은 1990년대와 2000년대 초에 이뤄진 비핵화 합의와는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달 대북 특사단의 평양 방문에서 확인한 비핵화 의지를 양 정상이 직접 어느 수준에서 합의할 수 있을지, 어떤 표현으로 명문화할 수 있을지 어려운 대목”이라며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결국 내일 정상 사이의 몫으로 고스란히 남겨져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정상회담에 북한 행정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비롯해 대남·외교·군 최고 책임자급을 모두 공식 수행원으로 대동한다. 특히 이수용 노동당 부위원장과 이용호 외무상 등 외교라인이 포함된 것은 앞으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과 비핵화 프로세스 대응 논의를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세계도 남북 정상회담을 주목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핵전쟁 위험에서 벗어나려면 남북 정상회담을 성공시켜야 한다”며 “북·미 정상회담의 운명도 27일 한반도에서 일어날 일과 연관돼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도 “남북 정상회담 공동성명은 구체적이기보다는 북·미 간 실질적 협상을 위한 기초를 마련하는 내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매체들은 장밋빛 기대감을 쏟아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남북 정상이 다시 만나는 역사적인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며 “남한과 북한 민중 사이에서는 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BBC방송은 “한반도에서 지난 10여년간 볼 수 없었던 역사적인 회담(historic talks)이 열린다”고 전했다. 프레스센터에도 내외신 기자 3000여명이 몰려 전 세계의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 이설주 여사 ‘오후 깜짝 등장’ 가능성

중앙통신은 이날 새벽 김정은 위원장이 부인 이설주 여사와 함께 출발했는지,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했는지 등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역사적인 남북 퍼스트레이디 회동 성사 여부는 회담 진행 과정에서 확인될 전망이다. 남북은 이 여사가 오후 일정이나 만찬에 참석하는 방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종석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은 26일 “이설주 여사의 동행 여부에 대해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협의가 완료되지 않았다”며 “(이 여사가) 오후에 혹은 만찬에 참석할 수 있기를 많이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북한이 이 여사의 대외 활동을 부각시켜 온 점을 고려하면 이 여사의 정상회담 동행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퍼스트레이디가 정상외교에 동행하는 그림은 김 위원장이 추진해 온 정상국가화 작업을 대내외에 과시하기에도 적합하다.

이 여사는 지난달 5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대북 특사단이 방북했을 당시 만찬장에서 김 위원장 옆자리를 지켰다. 또 같은 달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에도 동행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부인 펑리위안 여사와 환담을 나눴다.

양측이 이 여사 동행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으면서 오히려 성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는 관측도 나온다. 동선과 세부 일정을 사전에 공개하지 않으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오찬을 위해 북측으로 돌아갔다가 오후 일정에 복귀하면서 이 여사를 동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공동 기념식수와 산책 등 외부 일정에 남북 정상 내외가 함께 한다면 화합의 의미가 더욱 강조될 수 있다. 다만 김정숙 여사와 별도 행사를 진행할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회담 장소인 판문점에 체류할 장소가 마땅치 않아 마지막 일정인 만찬에만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도 있다.

앞선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남북 퍼스트레이디 간 간 회동은 없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희호 여사와, 노무현 전 대통령은 권양숙 여사와 함께 방북했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홀로 남측 대통령 부부를 맞았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