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도, 끝도 마동석이었다. 그의 독보적인 팔뚝은 곧 이 영화의 개연성이고, 그가 지닌 특유의 친근함은 이 영화를 뛰게 하는 동력이다. 다시 말해, 오로지 그였기에 가능한 시도이자 도전이었던 것이다. 영화 ‘챔피언’ 얘기다.
26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첫 선을 보인 ‘챔피언’은 스포츠영화의 외피를 두른 감동스토리였다. 외롭고 고단한 삶을 살아 온 주인공이 유일한 친구와 그리워했던 가족의 손을 잡고 꿈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뭉근한 감동이 전해진다.
영화의 주인공은 어릴 적 미국으로 입양돼 팔씨름 선수로 활동해 온 마크(마동석). 챔피언 메달까지 거머쥐었던 그였으나 인종차별로 인한 승부조작 누명을 쓴 뒤 선수 생활을 중단하고 클럽에서 안전요원으로 일한다. 오래 알고 지낸 ‘아는 동생’ 진기(권율)가 어느 날 그를 설득한다. 한국으로 돌아가 팔씨름 대회에 나가자고.
마크의 스포츠 에이전트를 자처한 진기는 그의 가족 찾기를 돕는다. 마크 어머니의 집 주소를 알아내 귀띔해준다. 단단히 마음을 먹은 마크가 찾아간 곳에는 생전 본 적 없는 여동생 수진(한예리)과 그가 남편 없이 낳은 두 아이 준형(최승훈) 준희(옥예린)가 살고 있다. 아이들은 처음 만난 삼촌을 살갑게도 따른다.
영화는 마크와 그의 가족이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가까워지는 과정을 차분히 따라간다. 억지스러움은 최대한 배제했다. 구태여 웃기거나 울리려고 하지 않는데도 극에 빠져들다 보면 자연히 웃음이 터지고 눈물이 난다. 마동석의 능청스러움, 그리고 아역배우들의 순진무구함이 빛나는 합을 만들어낸다.
연출을 맡은 김용완 감독은 시사회 이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팔씨름은 손을 잡고 하는 흔치 않은 스포츠인데, 여기서 ‘손을 잡는다’는 행위가 중요했다”면서 “외로웠던 마크의 손을 잡아주는 가족과 친구들을 통해 관계 속에서 상처받았던 사람들이 서로 위로를 주고받는 모습을 그리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 영화를 처음 구상한 건 마동석이었다. 실베스터 스텔론의 영화 ‘오버 더 톱’(1987)을 보고 언젠가 팔씨름 영화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다는 그가 10년간 준비해 온 작품이다. 실제로 미국에서 오래 생활했던 마동석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마크의 전사를 쌓아올리기도 했다.
마동석은 “내가 언젠가 인터뷰를 할 때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액션영화를 하고 싶다’고 얘기한 적이 있는데 ‘챔피언’이 그런 영화가 된 것 같다”면서 “세고 잔인한 것보다 따뜻하고 재미있는 영화를 하고 싶었다. 이번에는 운과 타이밍이 잘 맞았던 것 같다”고 흡족해했다.
실제 팔씨름 선수처럼 2년 가까이 훈련을 받았다. “절대 가짜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촬영할 때도 ‘척’하는 연기는 하지 않았다. 체력적으로 부침을 느끼고, 여기저기 부상을 당하면서도 마동석은 매 테이크마다 손이 힘을 꽉 주고 실제 경기를 하듯 임했다.
특히 감정이 파고가 최고조에 이르는 후반부에는 진한 감정 연기를 소화해냈다. 마동석은 “마크가 가진 감정과 내가 가진 감정이 공통된 지점이 있고 실제 내 이야기도 섞여 있어 (감정이) 응축돼 터져 나온 것 같다”며 “원래 눈물이 없는 편이라 대본을 보고 걱정했는데 찍다 보니 오히려 자연스럽게 (눈물이) 나왔다”고 했다.
권율과 한예리는 쉽지 않은 역할을 안정적으로 소화해내며 극에 힘을 실었다. 감정 변화가 큰 진기 역을 맡은 권율은 “정서적으로 불안한 인물이어서 감정의 폭이 커 보일 수밖에 없었는데 그 부분에 있어서 감독님과 많은 얘기를 나눴다. 힘들었지만, 그런 과정들 덕분에 끝까지 해낼 수 있었다”고 감독에게 공을 들렸다.
싱글맘을 연기한 한예리는 “수진이 처한 고단한 상황을 표현하려 하기보다 극 중 가족이 되어가는 인물들의 중심 역할을 해내는 일에 중점을 뒀다”면서 “그러다 보니 아이들과 친해지는 게 가장 중요했다. 아이들과 최대한 자연스럽게 연기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역할을 잘 해내는 게 수진의 몫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오는 5월 1일 개봉하는 ‘챔피언’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가 장악해버린 극장가에 도전장을 내밀게 됐다. 마동석은 “지난해 ‘킹스맨: 골든 서클’과 맞붙었던 ‘범죄도시’가 운 좋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번 ‘어벤져스3’ 또한 강력한데, (일주일 동안) 빨리들 보시고 저희에게 넘어와 주셨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