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여론 조작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동원(49·닉네임 드루킹)씨와의 관계 규명을 위해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강제수사를 시도했지만 검찰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고 밝혔다. 통신 내역과 금융계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이 기각했다는 것이다. 늑장 수사 책임론을 회피하기 위한 검·경 신경전이 가중되는 양상이다.
서울경찰청은 26일 “김 의원에 대한 통신·계좌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이 기각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김 의원 영장 기각에 대해 ‘범죄사실 소명 정도와 수사 진행상황 등을 볼 때 현 단계에서는 필요성과 상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영장을 보완해 다시 신청할 계획이다. 영장신청 과정에서 증거만 간략하게 적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인사청탁 의심 자료, 500만원 수수 관련 자료뿐 아니라 김 의원과 관련돼 의심되는 것들을 21페이지에 걸쳐 적시했다”고 반박했다.
경찰은 전날에도 김 의원 보좌관 한모(49)씨의 자택과 국회 사무실, 김해 지역구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이 계좌추적·통신내역 조회 영장만 법원에 청구했다며 “4건이 왜 기각됐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검찰은 “신청한 영장의 기각 자체가 수사상 기밀인데 외부에 공표했다. 이해할 수 없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경찰은 19대 대선 때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드루킹 일당을 수사의뢰한 사건을 검찰이 무혐의 처분한 것에 대해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에 관련 수사기록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검토 중’이라는 이유로 회신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고양지청의 무혐의 처분 사실은 지난 17일 처음 공개됐는데도 경찰은 일주일 뒤인 24일에야 관련 공문을 보냈다.
경찰은 이날 인터넷 여론조작 사건과 관련해 입건된 피의자가 9명이라고 밝혔다. 구속된 피의자는 지난달 30일 구속 기소된 김동원씨 등 4명이다. 회계 총책 ‘파로스’ 김모(49)씨, 한씨에게 돈을 건넨 ‘성원’ 김모(49)씨 등 5명은 불구속 상태다.
야권은 경찰의 TV조선 압수수색 시도를 일제히 비판했다. 경기도 파주경찰서는 전날 TV조선 본사를 압수수색하려 했지만 기자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경찰이 ‘드루킹 게이트’ 수사에는 ‘모르쇠·굼벵이 수사’로 일관하더니 드루킹 취재 언론에는 과잉 수사를 펼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는 “취재윤리를 위반한 것은 잘못된 일이지만 경찰이 언론사 압수수색까지 벌이는 것은 ‘빈대 미워 집에 불 놓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허경구 이종선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