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압수수색, “언론자유 침해” vs “언론자유에 ‘절도’는 없다”

입력 2018-04-26 16:22
사진=뉴시스

네이버 댓글 여론조작 혐의를 받는 ‘드루킹’ 김모(49)씨의 활동기반인 느릅나무출판사에서 벌어진 절도와 관련, 경찰이 25일 TV조선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기자들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 TV조선 기자들은 ‘언론탄압’ ‘언론자유침해’를 주장했다.

이에 역사학자 전우용은 26일 자신의 트위터에 “TV조선이 ‘절도’를 취재활동이라고 주장했다”며 “취재는 기자의 직업활동이다. 절도가 직업활동인 자가 도둑놈이다”고 말했다. 또 “TV조선은 자기네 기자가 전부 도둑놈이라고 자백한 것”이라며 “TV조선 거의 최초의 ‘진실 보도’”라고 비꼬았다.

사진=전우용 트위터(@histopian) 캡쳐

방송인 김어준도 26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언론의 자유에 절도는 들어가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는 “만약 제가 TV조선이 혹시 자유한국당과 연계된 게 아닌지 취재한다고 새벽에 TV조선 사장실에 몰래 들어가 태블릿PC와 핸드폰을 훔쳐 나왔다가 tbs로 돌아와 카피한 후 다시 갖다 놓고 사과를 하면 아무것도 없던 일이 되는 것이냐”며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고 질타했다.

이날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도 TV조선 압수수색 시도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그는 “이건 유신시절에나 있는 일이다. TV조선 수습기자는 이미 8시간 조사를 받았다. 그다음에 본인이 가져온 태블릿 PC와 USB 메모리 등을 전부 경찰에 제출했다”며 압수수색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사진=뉴시스

앞서 TV조선 소속 기자 A씨는 파주시 문발동 느릅나무출판사 사무실에 무단침입해 태블릿PC와 휴대전화, USB를 훔친 혐의(절도)로 불구속 입건됐다. A씨는 지난 18일 새벽 느릅나무출판사 건물 다른 입주자 B씨와 함께 사무실에 들어가 범행했다.

이와 관련해 경기 파주경찰서는 25일 오후 8시쯤 수사관 10여명을 보내 서울 중구 TV조선 보도본부를 압수수색하기 위해 건물 진입을 시도했으나 TV조선 기자들의 반발로 들어가지 못했다. TV조선 기자 약 70명이 건물 앞에서 ‘언론탄압 결사반대’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반발하는 등 경찰과 20분가량 대치했다.

TV조선 측은 “지금까지 경찰이 (언론사를) 압수수색한 적은 없다”며 경찰 진입을 막아섰다. 기자들은 이 과정에서 “진실을 밝히려는 목적보다는 다른 목적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경찰의 불합리함을 받아들일 수 없다” “언론의 자유를 위해 노력해 달라”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기자들의 언론 활동을 위축시키지 말아달라” 등의 발언을 했다. 또 “경찰이 조선미디어그룹 사옥을 압수수색 한다면 언론탄압의 부끄러운 전형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사진=뉴시스

경찰은 “판사가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에 협조해달라”면서 일단 철수했다가, 결국 압수수색 영장 집행은 하지 않기로 했다. 경찰은 이날 서울 소재 A씨의 주거지에서도 압수수색을 벌였다. 전날 A씨가 경찰에 출석했을 때 휴대전화와 노트북도 압수했다.

이에 TV조선 기자협회는 성명을 내고 “기자의 취재 윤리 측면에서 잘못한 부분이 있었던 점은 사실이나 이에 TV조선은 즉각 사과방송을 했고 수사에도 충실히 협조해 왔다”면서 “USB와 태블릿PC의 복사 여부를 조사하는 게 목적이라면 해당 기기를 검사하면 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신혜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