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6일에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부인 이설주 여사의 방남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을 맡고있는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26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 메인프레스센터에서 회담 관련 브리핑을 진행했다. 임 비서실장은 북측의 공식수행원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통일전선부장), 최휘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국가체육지도위원장), 이수용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국제부장),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이명수 총참모장, 박영식 인민무력상, 이용호 외무상,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등 9명이라고 밝혔다. 외교·국방 라인을 포함해 북한 최고 핵심인사들이 총망라됐지만 유독 이설주 여사의 이름은 언급하지 않았다.
임 비서실장은 이설주 여사의 방남 여부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동행 여부에 대해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합의가 완료되지 못했음을 알려드린다”며 “저희들로서는 오후 혹은 만찬에 참석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설주 여사의 방남은 북한 최고지도자가 65년 만에 처음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진행되는 남북정상회담의 의미를 더해줄 마지막 퍼즐로 인식되고 있다. 각종 ‘처음’이란 수식어가 따라붙은 정상회담에서 이설주 여사의 방남은 김정숙 여사와의 남북 퍼스트레이디 간 첫 만남이 성사되는 상징성이 크다.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각각 평양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했을 당시 김정일 위원장은 퍼스트레이디를 동행시키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북한 내 이설주 여사의 위상은 우상화 수준으로 강화되고 있다. 2012년 처음 공식 등장한 이설주 여사를 북한 매체들은 ‘동지’로 부르다 지난 2월 건군절 열병식 때부터 ‘여사’로 부르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이설주 여사가 중국 중앙발레무용단의 발레공연을 관람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존경하는 이설주 여사께서”라고 표현하는 등 퍼스트레이디로서의 지위를 강조하고 있다. 남북 및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정상국가로의 도약을 시도하는 북한으로서는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생중계로 진행되는 남북정상회담에서 어떤 형태로든 이설주 여사의 존재감을 부각시킬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이설주 여사의 ‘깜짝 방남’을 예상했다. 박 의원은 “이설주 여사의 동반은 히든카드로 북한식 특유의 외교 스타일”이라며 “김정숙 여사와 이설주의 퍼스트레이디 외교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기에 북한도 이 기회를 놓칠 이유가 없다”고 전망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