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일가의 갑질 파문으로 연일 화제인 대한항공이 검역법을 위반했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운항 중인 비행기 안에서 살아있는 바퀴벌레가 나왔지만 이 사실을 검역 당국에 신고하지 않았다고 한다. 바퀴벌레는 전염병을 옮길 가능성이 있는 해충이기 때문에 까다로운 검역 절차를 거쳐야 한다.
중앙일보는 항공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2월 17일 태국 방콕에서 출발해 인천공항으로 들어오는 대한항공 KE654편에서 바퀴벌레가 나왔다고 26일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회사원 김모씨 부부는 비즈니스석에서 아침 식사를 하려던 중 식판 위에 기어 다니는 바퀴벌레를 발견했고, 김씨 부인이 휴지로 잡아 승무원에게 알렸다.
승무원은 김씨 부부에게 잠시 기다려달라고 말한 뒤 휴지를 들고 사라졌다. 10분 후 사무장이 찾아와 사과하며 회사에 이 일을 상세히 보고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씨가 기내 방역을 요구하자 규정대로 하겠다고도 했다.
검역법대로라면 대한항공은 ‘항공기 보건상태 신고서’에 바퀴벌레 출몰 사실을 기재해야 한다. 착륙한 후에는 철저한 방역작업을 끝내고 검역소장에게 문제가 없다는 소독결과 보고서를 제출한 뒤 움직일 수 있다. 바퀴벌레로 인해 자칫 큰 전염병이 도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규정이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이 신고서에 아무 이상이 없는 것으로 기재했다. 인천공항 검역소 관계자는 “기내에서 살아있는 바퀴벌레가 발견된 건 인천공항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드문 일”이라며 “위반 사항에 대해 엄격하게 조치할 계획”이라고 매체에 밝혔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사건 발생 당일 인천공항에서 자체적으로 방역작업을 실시했다. 인천공항 검역소에 신고하지 않은 건 규정을 잘 몰랐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대한항공 비행기 안에서 바퀴벌레를 봤다는 목격담은 23일 한 커뮤니티에도 등장했다. 글을 게시한 네티즌은 지난 19일 오전 10시30분 인천 공항에서 일본 오카야마현으로 가는 KE747을 탑승했다가 기내식을 먹던 중 바퀴벌레를 봤다고 주장했다. 이 네티즌은 “테이블 위에서 갈색 바퀴벌레가 ‘스스슥’ 움직였다”면서 “승무원을 불렀지만 끝내 잡지 못하고 빈자리로 옮겨 앉았다”고 전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