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 정상 ‘친교 산책’ 도보다리는… 정전협정 직후 생긴 길

입력 2018-04-26 13:42 수정 2018-04-26 14:41
남북정상회담을 일주일여 앞둔 18일 경기도 파주 판문점에서 한국 경비병들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는 27일 판문점 ‘도보다리’를 산책한다. 두 정상은 오전 회담 후 따로 점심을 먹고 ‘식수 행사’와 ‘친교 산책’으로 오후 일정을 시작할 계획이다.

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을 맡은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26일 오전 11시 경기도 고양 일산 킨텍스 메인프레스센터에서 회담 시간과 일정을 발표했다. 임 비서실장은 “양 정상이 분단의 상징인 군사분계선 위에 평화의 상징인 소나무를 심은 뒤 도보다리까지 친교 산책을 하며 담소를 나눌 예정”이라고 밝혔다.

회담장은 공동경비구역(JSA)을 가로지르는 군사분계선 위에 있다. 그 동쪽에 군사정전위원회 사무실이 자리한다. 도보다리는 이 사이에 놓인 약 50m 길이의 작은 다리다. JSA 남쪽 구역을 관할하는 유엔군사령부에서 ‘풋 브리지(Foot Bridge)’로 부르던 것을 우리 말로 그대로 옮기면서 이런 이름을 갖게 됐다.

도보다리는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을 맺은 직후 생겼다. 군사정전위원회 인원이 판문점을 드나들 때 동선을 줄이기 위해 만들었다. 물이 흐르지 않지만 습지가 형성돼 있어 다리가 없으면 멀리 돌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나란히 지나가기도 어려웠던 좁은 다리는 이번 회담을 앞두고 확장 공사를 했다. 이곳에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발자취가 남게 됐다.

임 비서실장은 “도보 다리의 확장된 부분이 군사분계선 표식이 있는 곳까지 연결된다”면서 “두 정상이 거기까지 갈지 저도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부터 도보다리는 이번 남북 정상회담의 슬로건인 ‘평화, 새로운 시작’ 그 자체를 상징하는 역사의 현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정상은 친교 산책에 앞서 공동기념식수를 한다. 식수 장소는 이북 출신인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소 1001마리를 몰고 두 차례 방북했던 군사분계선 인근의 ‘소떼 길’이다. 당시 정 명예회장은 “남북 간의 화해와 평화를 이루는 초석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곳에 사시사철 푸른 소나무가 뿌리를 내릴 예정이다. ‘평화와 번영을 심다’라는 문구가 적힌 식수 표지석도 놓는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정상회담 당일 오전 9시30분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첫 만남을 갖는다. 김 위원장은 군사정전위원회 T2·T3 구역에서 넘어오고, 문 대통령은 이곳 회의실 앞 군사분계선에서 맞이할 계획이다. 정상회담은 공식 환영식, 기념 촬영, 사전 환담 등이 이어진 뒤 오전 10시30분부터 시작된다. 오후 회담은 산책이 끝난 뒤 진행되며 이후 공동 합의문에 서명하고 내용을 발표한다. 오후 6시30분부터 열리는 환영만찬과 환송행사로 공식 일정이 마무리된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