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정상 ‘정주영 소떼길’에 소나무 함께 심는다

입력 2018-04-26 11:06 수정 2018-04-26 11:09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제3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소나무를 함께 심는다. 이 나무는 고 정주영 전 현대건설 회장이 소떼를 몰고 방북했던 판문점 군사분계선 남측지역 소떼길에서 한라산·백두산의 흙과 한강·대동강의 물을 먹고 자란다.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인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26일 오전 11시 경기도 고양 일산 킨텍스 메인프레스센터에서 회담의 시간과 일정을 발표했다. 김 위원장은 27일 오전 9시30분 판문점 중립국감독위원회 회의실 T2·T3 구역에서 도보로 군사분계선을 넘는다. 문 대통령은 이 회의실 앞에서 김 위원장을 마중한다.

의장대 환영식, 김 위원장의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 집 방명록 서명, 두 정상의 기념촬영이 끝나면 오전 10시30분부터 회담이 시작된다. 이 모든 순간이 한반도 현대사에서 최초의 장면들로 기록된다. 김 위원장은 1953년 한국전쟁 휴전 이후 65년 만에 우리 영토를 밟은 북한 정상이 된다.

오전 일정은 환영과 대화의 시간으로, 오후 식순은 우호와 교류를 확인하는 시간으로 각각 구성됐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첫 회담을 마치고 별도의 오찬과 휴식시간을 가진 뒤 공동 기념식수를 진행한다.

정주영 전 현대건설 회장이 1998년 6월 소떼를 몰고 방북하고 있다. 국민일보 DB

장소는 정 전 회장이 1998년 6월과 10월 소떼를 이끌고 육로로 방북했던 소떼길이다. 정 전 회장은 현재 북측 지역인 강원도 통천군 아산리 고향집에서 부친의 소를 팔아 70원을 들고 가출했던 북한 실향민 출신이었다.

당시 17세였던 정 전 회장은 83세가 돼서야 소떼 1001마리를 끌고 고향을 찾아 빚을 갚았다. 그 이후 남북 화해 분위기가 조성됐고, 2000년 6월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의 남북 정상회담의 초석도 마련할 수 있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소떼길에 나무를 심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식수목은 1953년생 소나무다. 이 나무가 태어난 해에 한국전쟁 정전협정이 체결됐다. 한라산과 백두산에서 가져온 흙이 이 나무를 뒤덮는다. 문 대통령은 평양을 가로지르는 대동강 물, 김 위원장은 서울의 젖줄인 한강 물을 나무에 뿌린다. ‘평화와 번영을 심다’는 문구가 새겨진 표지석에는 두 정상의 서명이 들어간다.

청와대 관계자는 “공동식수를 우리 측에서 제안했고, 나무와 문구를 북측에서 수락해 성사됐다”며 “소나무는 한민족이 가장 사랑하는 나무”라고 설명했다. 두 정상은 공동식수를 마치면 군사분계선 인근 도보다리까지 산책하며 담소를 나누고, 평화의 집으로 돌아가 오후 회담을 시작한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