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에 들어가면 ‘칭찬 스티커’ 라는 게 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 아이들, 심지어는 부모들까지도 칭찬 스티커 갯수로 학교생활의 성공도를 가늠하기도 한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남학생 P는 늘 모범적이고 부모는 물론 친척들의 칭찬을 한 몸에 받고 자랐다. 학교에 가서도 행동이 바르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또래에 비해서 학습 능력도 우수했다. 그러므로 칭찬스티커 개수도 항상 반에서 1위를 달렸다. 학부모 참관수업에서도 발표도 잘하고 칭찬 스티커도 제일 많이 받으니 엄마도 주변 엄마들의 부러움을 받으며 어깨가 으쓱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때로는 스티커의 수가 1등에서 밀려나기도 했다. 그럴 때 마다 집에 와서 짜증을 내고 울기도 하곤 했다. 엄마도 은근 걱정이 되었지만 나아지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짝이 흘린 스티커를 슬쩍 가져온 일일 생기고 컨닝까지 하게 됐다고 병원을 찾았다.
칭찬 스티커는 ‘토큰 경제’란 행동 치료 개념에서 비롯됐다. 아이욘이란 캐나다의 심리학자가 미국 일리노이주에 위치한 병원에 최초로 도입했다. 환자가 바람직한 행동을 할 때 토큰(포커 칩, 점수, 스티커 등)을 제공, 동기를 유발하는 작업이다. 행동이 야기하는 결과(강화, 처벌 등)을 변화시켜 그 행동이 일어나는 횟수 및 강동를 변화시킨다는 ‘조직적 조건 형성;이론에 근거한다. 칭찬 스티커는 그 행동을 강화하기 위한 강화제로 사용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거의 모든 초등학교 1~2학년 교실에서는 칭찬 스티커를 활용한다. 아이들을 지도하는데 받아쓰기 100점일 때 한 장, 수행과제를 잘했을 떄 한 장, 수업태도가 좋았을 때 한 장, 심지어 급식을 제시간 안에 깨끗이 잘 먹었을 때 한 장 등 여러 상황에서 요긴하게도 쓰인다. 칭찬 스티커를 열 장 모으면 왕관이나 요술봉 스티커 등 아이들에게 좀 더 커다란 보상으로 느껴지는 것들을 주곤 한다. 학기말이나 학년말에는 백장을 모았다거나, 가장 많이 모은 아이에게 상장을 수여하기도 한다.
문제는 P처럼 칭찬 스티커가 아이의 경쟁심을 지나치게 부추겨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교실에서는 P처럼 칭찬 스티커 받기위해 부정직한 행동을 하는 일이 종종 있다. 아이들이 칭찬스티커를 통해 성취감을 맛보고 긍정적인 경쟁심을 갖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경쟁심이 과도해 부정적인 행위 등의 방법으로 칭찬 스티커를 획득한다면 부모가 적절히 개입해야 한다.
칭찬 스티커는 반드시 자기 능력으로 얻어야 하는 것임을 명확히 일러준다. 또 칭찬 스티커를 받지 못했더라도 아이가 상처받지 않도록 “괜찮다”고 다독여 주고, 평소 가정에서 아이가 칭찬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자존감을 잃지 않도록 해준다. 부모가 칭찬 스티커를 받지 못했다고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거나 비난했던 적은 없는지 살펴볼 일이다. 부모의 과도한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아이가 기를 쓰고 있지는 않은지도 함께.
이호분(연세누리 정신과 원장,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