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토론토 시내에서 무차별 차량돌진 사고로 25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다음날 사건 현장에는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행렬이 이어졌다.
25일(현지시간) 캐나다 현지언론에 따르면 사고 현장인 영 스트리트에 마련된 임시 추모단에는 사망자들을 애도하는 수백명의 시민들로 가득찼다. 이들은 추모단에 장미를 헌화하고, 촛불을 밝히면서 추모 메시지를 남겼다.
◇한국인 3명 사망…“다신 이런 일이 없길” 한글 추모메시지도
이번 사고로 사망한 이들은 총 10명, 부상자는 15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 신원이 다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우리 국민 2명과 동포 1명 등 한국인 3명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경찰은 사망자 연령이 20대 중반에서 80대이며, 대부분 여성이라고 밝혔다.
현지 주민들은 이번 사고가 시내 중심가에서 낮시간대 발생한 사고였다는 점에 경악하고 있다. 한 주민은 “내가 평소에 자주 다니던 약국, 커피숍 근처에서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며 “누구라도 희생자가 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현지 언론에 말했다. 사고는 23일 오후 1시30분쯤 토론토 핀치 애비뉴와 영 스트리트 교차로에서 흰색 승합차가 갑자기 인도 쪽으로 돌진해 행인들을 덮치면서 벌어졌다.
끔찍한 공격에도 주민들은 서로 위로하며 하나된 힘을 모으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한 시민은 “나는 이 도시가 두렵지 않다”며 “한 사람의 공격이 아름답고 외지인에게 관대한 이 도시를 망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임시 추모단에는 한국어로 된 메시지도 있다. 캐나다 글로브앤메일에 따르면 추모단에는 “다신 이런 일이 없길 기도합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 세상에선 고통스럽지만 천국에선 평안히 사십시오” 등의 메시지가 한글로 적혀 있었다.
◇여성혐오범죄 가능성 높아져
용의자 알렉 미나시안(25)의 범행동기는 아직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현지에서는 여성혐오범죄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가 범행 직전 페이스북에 2014년 미국에서 발생한 총격 살해범 엘리엇 로저를 “최고의 신사”라고 부르며, “인셀(Incel)의 반란은 이미 시작됐다. 우리는 모든 차드와 스테이시를 타도할 것”이라는 글을 올린 게 결정적 단서다.
로저는 2014년 미국 샌타바버라의 캘리포니아대학 주변에서 총기를 난사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인물이고, ‘인셀’은 로저가 자신의 구애를 거부한 여성에게 분노를 표시하면서 온라인상에서 사용했던 ‘비자발적 독신자’를 의미하는 용어다. ‘차드와 스테이시’는 활발한 성생활을 하는 남녀를 멸시하는 의미로 사용하는 속어다.
희생자 대부분이 여성인 점도 여성혐오범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현지 경찰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