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작품은 왜 비쌀까?”…역대급 ‘1615억원’ 그림 경매 나온다

입력 2018-04-25 08:00
사진=AP/뉴시스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고가의 가격에 거래되는 것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억’ 소리 나는 고가 미술품이 또 경매에 나온다. 도대체 왜 그렇게 미술 작품은 비싼 걸까, 왜 사람들은 그토록 엄청난 금액을 지불할까.

오는 5월 14일 뉴욕에서 열리는 경매에 나올 이탈리아의 화가 아메데오 모딜리아니(1884∼1920)의 1917년 작 ‘등을 보이고 누워 있는 나부’(Nu couche)가 경매 사상 역대 최고 추정가를 기록했다.

경매 전 추정가는 1억5000만달러(약 1615억원) 이상으로,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다. 지금까지 경매 전 역대 최고 추정가는 파블로 피카소의 ‘알제의 여인들’로, 2015년 5월 크리스티 경매에서 1억4000만달러(약 1513억)를 기록했다. 알제의 여인들은 1억7900만달러(약 1934억원)에 낙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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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경매에 나오는 작품은 모딜리아니가 그린 22점의 ‘누워있는 누드’ 가운데 하나이자, 개인 소유로 남아있는 9점의 누드화 가운데 하나다. 2015년 11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모딜리아니의 또 다른 ‘누워있는 나부’가 1억7040만달러(약 1842억원)에 낙찰돼 당시로써는 미술품 경매 사상 역대 2위이자 모딜리아니 작품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경매를 앞두고 홍콩에서 열린 선 공개 행사에서 소더비의 인상주의·모던 아트 담당 공동 대표인 사이먼 쇼는 “이 작품은 현재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미술품 가운데 가장 훌륭한 작품이자, 모딜리아니가 남긴 가장 위대한 걸작”이라고 말했다.

◆ 그림은 왜 비쌀까?…‘신화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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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 나온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예수 초상화 ‘살바토르 문디’는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 낙찰가 4억5030만 달러(약 4929억원)를 기록했다. 사우디의 실세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이 그림을 사들였다는 설이 나오면서 세간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이렇게 비싼 값을 치루고 미술 작품을 사는 데는 ‘신화 만들기’가 한몫한다. 오늘날 세계 최고의 명화로 꼽히는 다빈치의 ‘모나리자’도 그런 신화 만들기의 산물이다. 19세기 말 루브르 미술관 공식 카탈로그에서 재고 번호 300번이었던 이 그림은 ‘비밀스러운 미소’라는 신화가 부여되면서 주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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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소설가이자 시인이었던 테오필 고티에는 그때까지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았던 모나리자의 미소에 대해 “현명하고, 심오하고, 우단 같고, 약속으로 가득 차 있다. 죄 많은 굴곡을 이룬 입. 관람자를 감미로움, 우아함과 우월감을 지닌 채 조롱하기 때문에 우리들은 여 군주 앞에 서 있는 어린 학생처럼 수줍음을 느낀다”라며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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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역시 마찬가지다. 화가로서 성공하지 못한 반 고흐는 진정한 예술가, 심지어 순교자라는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그를 ‘현대 회화의 그리스도’로 만든 독일의 작가 율리우스 마이어 그레페는 “그는 광란하는 기질을 화폭에 담았다”며 고흐의 그림을 ‘고통의 기호’로 해석했다. 그 결과 고흐의 작품은 엄청난 가격 폭발을 일으켰다.


미술작품은 상품, 돈벌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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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미술사학자는 “미술 시장은 미술의 깊은 차원을 재는 음향 수심 측정기가 아니고 판매 가능성을 나타내는 기압계”라고 말한다.

미술을 상품으로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가격이 상승했다는 것이다. 특히 대중과 화가에게 막강한 영향을 미치는 딜러의 등장이 결정적이다. 딜러가 등장하면서 화가를 경제상품으로 대하고 인기 정도에 따라 다르게 대우하는 시장의 형태가 등장한 것이다. 딜러는 대중과 화가를 중개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예술을 해석하고 홍보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화가들에게는 작품 판매를 보증했다.

21세기 신흥부자들은 특히 현대미술작품을 집중 구입한다. 현대미술품은 상당한 폭으로 가격이 오르내리기 때문이다. 제대로 평가할 눈도, 그 눈을 입증해줄 안정적인 시스템도 없는 탓이다. 그런데도 그림을 사는 이들은 “(자신들이 구매하는 현대미술작품들이) 기존 예술 경향을 뒤엎고 새로운 시대를 연 예술사적으로 중요한 작품이기 때문에 구입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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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가격지수인 ‘메이 앤드 모지스 파인 아트 인덱스(Mei and Moses Fine Art Indices)’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 50년 동안 미술 작품 가격은 연평균 10.5% 올라 주식 투자 수익률을 웃돌았다. 그림의 매매과정은 경제를 반영하고 있다.

오늘날 시장에서 찬사를 받는 모든 미술 작품의 내부에는 돈이 번쩍거리고 있다. 그 결과 그림 가격에 양극화가 발생하고 중간 가격대가 소멸하며 소수만이 시장에서 승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시장의 역사는 지금도 새롭게 쓰이고 있다.

신혜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