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엄마는 안 왔어요”…씁쓸한 학부모 참관수업의 현실

입력 2018-04-25 08:00 수정 2018-04-25 08:00

◆학부모 참관수업, ‘공개수업’의 현실

A씨는 초등학교 1,3학년 자녀를 둔 두 아이의 아빠다. A씨는 초등학교로부터 ‘학부모 참관수업’이 있다는 말을 듣고 작은 아들의 수업에 참여했다. A씨의 아들은 A씨가 오지 않자 불안해하다 뒤늦게 A씨를 발견하고 환하게 웃었다. 수업이 끝날 무렵 A씨는 씁쓸한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학급의 교사가 아이들에게 “오늘 부모님이 오셨으니까 가서 안아드려”라고 한 것이다. 부모님이 온 아이들은 달려가서 부모님께 안겼지만 부모님이 참석 하지 못한 아이들의 경우는 그 자리에 쓸쓸히 앉아있었다. A씨는 “내가 참석하지 못했으면 저 두 아이처럼 슬퍼했을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사연은 한 커뮤니티에 학부모 참관수업에 참석한 A씨가 올린 글이다. A씨는 “학부모 참관수업이라는게 과연 이대로 괜찮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참석하지 못한 부모의 아이들의 표정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했다.

네티즌들은 “저런 선생님은 아니었지만 아이들이 소외되는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회사가 바빠서 눈치 보이느라 못갈때면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학부모 참관수업은 보여주기식인 경향이 있다”고 A씨의 사연에 공감했다. 하지만 반대의 의견도 있었다. 한 네티즌은 “자식의 교육받는 현장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며 “보여주기식의 경향이 없진 않지만 부모에게는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 선생님, 학부모, 아이들의 삼중고가 되어 버린 ‘낡은 제도’

학부모 참관수업은 ‘교사 수업전문성 제고방안’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수업공개를 통한 학부모의 알권리 충족과 궁극적으로 교사의 전문성 제고라는 취지를 가지고 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B씨는 “부모입장에서 내 아이가 어떻게 공부하는지, 어떻게 생활하는지 알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이를 통해 내 자녀의 학업수준과 교우관계도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 상당히 유용하다”고 밝혔다.

맞벌이 가구 비율_e 나라지표

초등학생 자녀를 둔 ‘워킹맘’ C씨의 의견은 다르다. C씨는 “직장문제로 학부모 참관수업에 참여하기가 쉽지 않다”며 “그런데 또 내 아이가 혼자 덩그러니 있을 모습을 상상하니 마음이 좋지 않다”고 말한다. 이어 “취지는 공감하지만 맞벌이 부부들에게는 부담이 된다”고 밝혔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맞벌이가구 비율은 550만 가구인 44.9%다. 자녀가 없는 가정, 자녀들이 이미 초등학교를 졸업한 가정을 감안해도 많은 수치다. 학부모 참관형 수업이 “직장인 부모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선생님들의 경우도 학부모 참관수업이 달갑지만은 않다. 자신을 교사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공개수업이 계획돼 있으면 아무래도 이것저것 준비를 하게 된다”며 “보여주기식까진 아니지만 평소보다 노력을 더 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한다. 전남의 공립 초등학교에 근무중인 교사 D씨는 “교사가 자신이 수업을 잘하든 못하든 수업 공개하는 것은 큰 부담”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D씨는 “교사도 서비스 직종의 직업임을 감안하면 서비스를 받는 수요자에게 공급자가 ‘공개수업’을 하는 것은 감수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다문화 학생수와 한모 가구_e나라지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반응이다. D씨는 “학교 형편에 따라 다르지만 전남의 경우 한부모가정이나 다문화가정, 조손가정 등이 많다”며 “이런 경우, 오히려 아이들은 올 수가 없는 자신의 부모를 탓하거나 자신의 가족이 학교에 오는 것을 꺼려하여 상처를 받기도 한다”고 밝혔다. 통계청에 따르면 다문화학생수는 2016년 약 9만9000명에서 2017년 10만9000명으로 약 1만명 증가했다. 한부모 가구도 증가추세다. 2016년 2090가구에서 2017년 기준 2127가구로 증가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부모와 직접적인 대면으로 정형화 돼 있는 학부모 참관수업은 다문화가정 등의 자녀들에게 왕따문제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서울시 외국인주민대표자회의 1기 위원장 다키 유카리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다문화 학생들이 여전히 왕따 당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문화가정이나 한부모가정, 조손가정이 갈수로 늘어가는 상황에서 현재의 학부모 참관수업은 유효할까. D씨는 “상황에 맞는 대응이 필요하다”며 “학교마다 환경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학부형 참관수업이 부담이 되는 학교도 있고 그렇지 않은 학교도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어 “각 학교의 환경에 따라 학교별로 학기초에 학부모들과 교사들 상대로 설문조사 등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학부모 공개수업의 방식을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 대안으로 떠오른 ‘카카오톡’?

일각에서는 “아이들의 교육환경을 공유할 수 있는 기술들을 이용해 학부모 참관수업도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초등학교 현장에서는 카카오톡, 네이버 밴드 등을 이용해서 아이들의 수업환경이 많이 공유되고 있다. 이를 통해 맞벌이 부부의 증가, 선생님들의 부담, 한부모가정, 조손가정등의 자녀들을 고려해 학부형 참관수업에 유연하게 대응할수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한 네티즌은 “카카오톡, 밴드와 같은 어플들이 학부모 공개수업을 대신할 순 없다”며 “이미 학부모들은 자녀들과 학교 홈페이지 등 여러 가지 통로를 통해 간접적으로 자녀들의 학교 생활을 접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어 “이런 어플들이 자녀들의 학교 생활을 간접적으로나마 접하는데 도움을 줄 순 있겠지만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학부모 공개수업때 자신의 자녀를 직접 1시간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고 주장했다.

서울특별시 교육청에서도 학부모 참관수업을 다양하게 변화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서울특별시교육청 초등교육과 서정석 장학사는 “사회환경과 교육환경의 많은 변화로 인한 수업공개의 방식도 바뀌고 있다”며 “이를 위해 학교에서는 공개 수업 또는 학교홈페이지에 수업 동영상 탑재 등의 방법을 학교 자율로 선택하여 학부모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시공간의 제약을 줄이기 위해서는 수업 동영상의 탑재나 추가적인 방법이 있을 수 있겠지만 초상권 등의 실정법과 선생님의 부담 등을 고려하면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박재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