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풍계리 핵 실험장 이미 붕괴…핵 폐기 선언 이유일 듯” SCMP 보도

입력 2018-04-25 17:28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이 지난해 9월 5차 핵실험 당시 붕괴됐으며 이것이 북한의 핵실험 중단 발표와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5일 보도했다. 북한은 지난 21일 조선중앙TV 등을 통해 핵·미사일 실험 중단과 풍계리 핵 실험장 폐기를 선언한 바 있다.

SCMP에 따르면 중국과학기술대 지질학자 원롄싱이 이끄는 조사팀은 지난해 9월 지하 700m에서 실시된 5차 핵실험으로 핵실험장이 붕괴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들은 100kt 규모의 폭발력으로 지하 암반이 고온에서 기체로 변하고 직경 200m 크기의 공간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핵실험의 충격파로 바위와 산등성이 등이 부서져 이 빈공간으로 함몰됐다는 것이다.

조사팀은 이전 네차례 핵실험 후 촬영된 위성사진에는 지형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지만 지난해 9월 핵실험 후 붕괴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조사팀은 인근 2000여곳의 지진 관측소 자료도 분석했다.

지린성 지진국 소속 류쥔칭이 이끄는 조사팀도 비슷한 결론을 내렸다. 류쥔칭 팀은 지난달 발간된 학술지를 통해 “암반 붕괴가 처음 북한 핵실험장에서 일어났다”며 “붕괴로 산 정상의 일부가 떨어져 나갔을 뿐만 아니라 핵폭발 중심부에서 낙진이 공기 중으로 빠져 나갈 수게 만드는 ‘굴뚝’이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중국과학원 자오롄펑은 “서로 다른 두 연구팀이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는 것은 연구 결과의 신빙성을 높여 준다”면서 “(북한 핵실험) 장소가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훼손됐다는 연구자들의 일치된 의견을 뒷받침해 준다”고 말했다.

북핵 문제 전문가인 후싱더우는 “풍계리 핵실험장 붕괴는 북한의 핵실험 계획에 큰 타격을 줬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로 새로운 장소에서 핵실험을 재개하기에는 재원이 부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